매일신문

밤 12시, 고객은 쇼핑중

'24시간 영업' 갈등

"심야에 고객들이 쇼핑하기 편리하다.

"

"소매상권 위축은 물론 에너지 낭비 등 부작용이 많다.

"

대형소매점(할인점)들이 24시간 영업 점포를 경쟁적으로 늘리는 것을 놓고 유통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상권 침탈을 우려하는 백화점, 재래시장, 편의점, 슈퍼마켓 등 유통업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24시간 영업 자체가 지닌 문제점 또한 적지 않기 때문. 매출 증진을 겨냥한 대형소매점들의 24시간 영업이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보여 이를 둘러싼 갈등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너도나도' 24시간 영업=대형소매점들이 24시간 종일 영업 또는 새벽 연장영업을 잇달아 확대하면서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6월 24시간 영업을 처음 도입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전국 33개 점포 중 30곳에서 연중 24시간 영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신규 점포를 중심으로 24시간 영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세계 이마트도 지난해 4월 대구 성서, 부산 사상, 대전 둔산점에서 24시간 영업에 들어간 데 이어 3월부터 대구 칠성점에서도 24시간 영업하고 있다.

또 월마트는 전국 16개 점포 중 12곳에서 24시간 운영하고 있고, 점포 29곳에서 자정까지 영업하는 까르푸는 6월 1일부터 10월까지 야간 쇼핑족을 겨냥해 점포 13곳의 영업시간을 1, 2시간씩 늘렸다.

롯데마트도 하절기를 맞아 지난달 19일부터 전국 39개 점포의 영업시간을 자정 또는 새벽 1시까지로 1, 2시간 늘린 바 있다.

△"24시간 영업, 돈이 된다"=대형소매점들이 24시간 영업에 속속 가세하는 것은 맞벌이 부부, 젊은층을 중심으로 심야쇼핑객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 홈플러스가 24시간 영업 이후 매출이 종전보다 평균 10%가량 늘었다고 밝힐 정도로 심야고객 모시기를 통한 외형 키우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심야영업을 통한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 성서점 경우 자정 이후의 야간영업 매출이 작년 11월~올 2월에는 전체의 2% 정도를 차지했으나 5, 6월에는 4%대로 늘어났으며 7, 8월에는 5~6%대로 높아졌다.

최근 24시간 영업을 실시하고 있는 칠성점은 영화관 덕분에 5월에 4%대의 매출 구성비를 기록했다.

심야에는 상담이나 문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간단한 먹을거리나 음료 등의 가공상품과 세제, 치약 같은 생활필수품이 많이 팔린다.

또 의외로 의류도 잘 팔리는데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가운데 '나만의 쇼핑'을 원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란 분석.

△24시간 영업, 반대 여론도 '비등'=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한국편의점협회 등 중소 유통관련 이익단체들은 대형소매점의 24시간 영업 확대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할인점의 24시간 영업은 상도에 어긋날 뿐 아니라 중소 유통업체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결사 반대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석 성당쇼핑(주)우리마트 대표도 "24시간 영업이 확대 될수록 동네 상권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편의점협회도 "음료, 주류, 과자류 등 할인점과 중복되는 상품의 경우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백화점·재래시장들도 출혈경쟁과 상권잠식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 동아백화점 한 관계자는 "대형할인점의 점간 거리규제가 없어 무분별한 매장 설립으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너도나도 24시간 영업을 한다면 출혈경쟁으로 인한 비효율적 매장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판매 직원들의 과중한 업무로 인한 복지문제, 재래시장 및 영세 상인들의 생계문제 등도 우려된다.

윤종식 서문시장상가연합회장은 "할인점들의 24시간 영업으로 재래시장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재래시장도 영업시간 연장 등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마트의 행보가 변수=할인점 업계 선두인 신세계 이마트가 24시간 종일 영업점포를 확대할지 여부에 유통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마트가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모든 대형소매점으로 24시간 영업이 확대되는 등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

현재 4곳이던 24시간 점포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이마트는 일단 24시간 영업 점포를 늘리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이마트 부문 이경상 대표는 최근 경쟁 대형소매점들의 24시간 영업 확대에 따른 대응과 관련, 종일 영업이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많다는 판단을 내리고, 구학서 신세계 사장에게 이런 입장을 보고했다는 것. 이마트의 이번 결정에 따라 대형소매점간 종일 영업 경쟁이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보이나 추후 이마트가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당분간 대형소매점의 24시간 영업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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