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진으로 보는 어제와 오늘-서문시장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시장은 시민들의 삶이 녹아든 현장이었다.

단돈 몇 푼을 벌기 위해 새벽잠을 떨치고 상추, 호박을 싼 보따리를 이고 시장에 나온 할머니는 매서운 칼바람과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그곳을 지켰다.

엄마 손을 잡고 장에 따라 나온 꼬마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다.

일찌감치 식당 아주머니가 지지는 부침개나 붕어빵 앞에 서서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사달라 졸라대기에 바빴다.

꼬마는 붕어빵 하나를 입에 물면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시민들의 삶의 현장은 세월이 흐르고, 인근에 백화점과 대형 소매점이 하나 둘 생기면서 시민들의 발길도 줄었다.

온갖 편의 시설을 갖춘 큰 유통업체가 생겨나면서 '재래'라는 달갑지만은 않은 접두어도 달게 됐다.

그러나 그곳도 많이 변했다.

대구의 대표적 시장인 서문시장에는 좁은 시장통이 4차로로 넓어졌고 냉난방시설, 대형주차장, 시민광장 등 편의시설도 마련됐다.

40년 전 사진(1967년 서문시장. 지금은 약초골목, 가방병원이 위치한 곳) 속 시장 모습도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낡은 기와집이 허물어지고 그곳에는 새로운 상가 건물이 들어섰다.

사진 한 장에 상인들은 그때의 향수를 떠올렸다.

가방점을 하는 한 할머니(70)는 "추운 날씨에 돌이 갖 지난 막내를 들쳐 업고 나왔던 기억이 아련하다"며 "사람 사는 내음에 빠져 이곳 시장에서 청춘을 다 보냈다"고 했다.

아직도 이곳에서 잡화 난전을 운영하고 있는 정재영(78) 할아버지는 "북적대던 이곳에도 찾아오는 이가 줄고, 장사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났다"며 "새벽을 함께 열었던 정겹던 그때가 사람 맛 풍기는 시절이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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