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 한전 유치포기에 경북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뒷말이 무성하다. 2일 오전 조해녕 시장이 참석한 대구시 간부회의에서 한장의 보고서가 회의장을 격앙된 분위기로 몰아넣었다. 이 보고서에는 '대구의 한전유치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경북도의 입장'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
1일 열린 유치추진위 전략기획팀 회의에서 경북도 우병윤 혁신분권담당관은 "정부가 한전과 방사성폐기장 유치를 일종의 특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대구·경북 둘다에게 주지는 않을 것이다. 대구가 한전을 유치할 경우 경북이 도로공사와 방폐장을 유치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밝혔다는 것.
우 담당관은 발언 내용을 확인하려는 기자에게 "대구시가 '유치 포기'쪽으로 먼저 결론을 낸 것 같아 경북도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선택을 도와주려 했을 뿐"이라며 해명했다.
이 보고서를 본 조 시장은 불쾌하다는 표정이 역력했고 대다수 간부들은 "어떻게 이럴 수 있나"며 개탄했다. 조 시장이 당초부터 대구가 한전 유치를 고려한 것은 대승적 차원에서 대구·경북의 공동발전을 위해서이고 경북도의 방폐장 유치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거듭 밝혀왔기 때문.
한 간부는 "조 시장이 경북도가 한전 유치를 위해 뛸 때 대구는 광업진흥공사라도 받을 수 있다고 선언할 정도로 불이익을 마다하지 않았다"면서 "이제 대구가 한전유치를 고심할때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느냐"며 경북도의 태도변화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조 시장은 이날 공공기관유치추진위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인사말에서 경북도 황성길 정무부지사를 돌아보며 "경북도의 입장은 보고를 받았다"며 "도의 입장이 달라졌기 때문에 대구시는 홀가분하게 걱정털고 한전을 포기할 수 있게 됐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이어 조 시장은 "(애초부터) 대구시 입장만 생각했더라면 '한전+관련회사 2개'로 만족할 수 없었기에 고심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이날 시는 유치위원들의 의견을 듣는 선에서 회의를 마칠 계획이었으나 조 시장이 마음먹고 '유치 포기'쪽으로 결론을 냈다는 것. 시 관계자는 "전날까지 여론수렴을 강조해온 조 시장이 서둘러 결정을 한 데는 심기가 불편한 탓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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