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국(輸出立國)'의 시대에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애국자였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5%에 미치지 못하고 일본식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제부총리 등 경제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온 지금에도 기업은 우리 경제의 사활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키를 잡고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기업이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며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나설 정도로 기업인의 역할은 높아만 가고 있다. 재경부와 기획예산처의 주요 간부들이 삼성연수원에 가서 대기업의 혁신문화를 배워 정부부문에 도입하겠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나 지역 출신의 오너기업인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삼성이 삼성상회라는 이름으로 대구 반월당에서 창업했지만 글로벌 기업이 되면서 지역색채를 거의 없앴고 코오롱그룹(이동찬)과 대성그룹(김수근), 풍산그룹(류찬우 ) 쌍용그룹(김성곤), 이수그룹(김준성) 등이 지역과 연고를 갖고 있는 정도다. 지역출신 기업인 중에는 정치에 뛰어든 경우도 있었다.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이 국회로 뛰어들었다가 그룹이 해체될 정도로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김동권 전 국회의원(쌍마섬유)과 주진우 전 국회의원(사조'신동방)의 정치권 활동도 성공적이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들어 쌍용중공업을 인수해 4년여만에 'STX그룹'을 성공적으로 일으켜 세운 강덕수 회장과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대성그룹의 2세 경영인들(김영대' 김영훈), 한국의 대표 CEO로 불리는 윤종용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이윤우 부회장 등 전문 경영인들의 두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기업 가운데 삼성에 지역출신 인재들이 많이 몰려있는 것도 삼성을 지역과 가깝게 여기는 이유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윤, 이 부회장 외에도 김순택 삼성SDI사장,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 김인 삼성SDS사장, 정연주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이수창 삼성화재사장, 황태선 삼성투자신탁운용사장, 김상기 삼성벤처투자사장, 이종왕 삼성그룹 상임법률고문 겸 법무실장(사장), 최주현 삼성전자 기업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부사장) 등 CEO급만으로 적은 숫자가 아니다.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을 맡고있는 이 부회장은 경북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이공계' 출신이다. 지난 68년 삼성전관에 입사해 76년 삼성반도체의 과장으로 반도체와 인연을 맺은 이래 작년 반도체부문 총괄사장을 맡을때까지 반도체 신화를 일궈왔다. 87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장 시절 일본업체의 덤핑공세에 과감하게 256KD램과 1메가D램 양산체제를 갖춰 업계선두로 오른 것은 그의 공로다. 이 부회장의 고향은 월성.
김순택 삼성SDI사장은 72년 그룹공채로 입사, 제일합섬으로 갔지만 78년 비서실 감사팀으로 간 이후 91년 비서팀장을 지내는 등 거의 대부분을 비서실에서 일했다. 93년 삼성전관 기획관리본부장을 지냈고 2000년부터 5년째 삼성SDI를 이끌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났고 경북고와 경북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삼성SDS 김인 사장은 경남창녕 출생이지만 대구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73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제일제당 비서실 운영1팀장, 삼성물산 금융1팀부장, 삼성중공업 상무, 삼성종합건설 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냈다. 2001년부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를 맡고있다. 달성이 고향으로 현풍고와 고려대를 졸업했다. 정연주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76년 삼성물산에 입사, 삼성SDI전무이사, 부사장에 이어 2003년부터 삼성엔지니어링을 맡고있다. 선산이 고향으로 대구상고와 동국대를 나왔다.
삼성의 금융관련 기업에도 지역출신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이수창 삼성화재 사장과 김상기 삼성벤처투자 사장, 황태선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 정주영 삼성선물 사장 등이 그들이다. 이 사장은 예천출생으로 대창고와 서울대 수의학과를 나온 독특한 학력이 돋보인다. 김 사장은 대구生으로 사대부고와 연세대를 졸업했고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으로 있다가 2003년 삼성벤처투자대표를 맡았다. 황 사장은 상주출신으로 성의종고와 고려대를 나왔다. 삼성화재 부사장을 하다가 2003년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으로 옮겼다.정 사장도 황 사장과 같이 상주가 고향이다. 79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95년 삼성증권 이사에 올랐다. 상주고와 서울대를 나왔다.
이종왕 법무실장은 지난 99년 대검수사기획관을 끝으로 검찰조직을 떠나 '김&장' 대표변호사로 있다가 지난해 스카우트됐다. 경산 生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밖에 계열사 감사를 총괄하는 최주현 경영진단팀장(부사장)은 경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이끌고 있는 '박카스 신화'의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의 고향은 상주다. 박카스신화에 필적할만한 '비타500 신화'를 창조하고 있는 광동제약의 최수부 회장 역시 지역출신(달성)이며 백세주로 전통주시장을 새롭게 확장한 배상면 국순당 회장 역시 대구생으로 경북대 농예화학과를 나온 지역출신이다. 스타킹과 여성속옷으로 성장한 비비안과 남영L&F의 남상수 회장도 영양에서 태어났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도 대구가 고향이다. 이들은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 등과 함께 지역출신 1세대 기업인이다.
유통부문에서는 지역인사들이 돋보인다. 이인원 롯데쇼핑 대표이사와 이승한 삼성테스코 대표이사, 황경규 신세계E마트부문 전 대표이사 등이 백화점과 할인점업계에서 발군의 성적을 냈다. 롯데쇼핑의 이 사장은 경산生으로 사대부고와 한국외대를 졸업했다. 73년부터 15년동안 롯데호텔에서 근무하다가 87년 롯데쇼핑으로 옮겨 9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있다. 이 삼성테스코 사장은 칠곡이 고향으로 계성고와 영남대를 졸업했다.
70년 삼성그룹에 입사, 삼성물산에서만 근무했고 97년 삼성물산의 유통부문 대표이사 부사장에서 99년부터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 대표이사를 맡고있다. 토종 할인점업계의 선두주자인 E-마트신화의 주역은 황경규 전 사장이다. 그는 73년 제일모직에 입사, 84년 신세계백화점으로 옮겼다. 이후 본점점장, 체인사업본부장, E마트부문 대표이사 전무를 역임했고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E마트를 국내 최고의 할인점으로 성장시켰다.
STX그룹의 성장은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선산이 고향인 강덕수 회장은 74년 명지대를 졸업한 후 곧바로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승승장구, 쌍용중공업 전무까지 올라갔던 강 회장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회사가 그룹에서 떨어져나와 홀로서기를 하면서 휘청거리자 상여금으로 받은 자사주 1천주를 바탕으로 지분을 사들여 오너가 됐다.
법정관리중인 대동조선 등 조선과 해운분야의 M&A를 통해 오늘의 STX그룹을 만들었다. 대한항공 이종희 사장은 대구상고와 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항공사에 들어가기위해 공군에 자원입대했을 정도로 일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69년 공채1기로 대한항공에 입사해 여객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면서 2004년 대한항공사상 처음으로 공채출신 사장이 됐다.
이상윤 농심사장은 대구상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고향은 경산. 71년 롯데공업에 입사했다가 80년 농심 상무에 이어 2000년부터 사장을 맡고있다. 최근 2~3년 사이에 급성장한 월드건설의 조규상 회장은 칠곡이 고향으로 경북고와 육사를 나와 오랫동안 군에 몸담고 있다가 예편해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월드건설과 대명기공을 이끌고 있다.
선친에 이어 대성그룹은 김영대' 김영민' 김영훈 3 형제가 분할'경영하고 있다. 이 중 김영대 대성그룹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회장은 사대부고와 서울대를 나왔고 김영훈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김영훈 회장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있는 대구도시가스를 운영하고 있다.
2004년까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을 맡았던 김영수 케드콤회장도 중소기업계에서는 독보적이다. 김 회장은 경북고와 한양대를 졸업했다.고향은 영양.
IT업계에서는 변대규 휴맥스 대표이사를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아시아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한국인 리더에 선정되기도 한 변 사장은 거창에서 태어났지만 영남고를 졸업하는 등 학창시절을 대구에서 보냈다. 한국벤처기업협회수석부회장도 맡고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