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부인과에 분만실이 사라진다

저 출산 현상과 낮은 수가(酬價)로 인해 산부인과가 분만 시술 등 전통적인 진료 영역을 포기하고 부인과 성형수술, 비만, 항 노화 영역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부인과 의원 가운데 분만실을 운영하는 곳은 30~40%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개원한 대구 중구 남산동 ㅋ의원은 간판에 산부인과 표기가 없는 것은 물론 산부인과가 아닌 일반 의원으로 개원 신고를 했다. 이곳엔 분만실은 물론 산부인과의 필수 장비인 초음파 검사기조차 없으며, '부인과 성형수술'만 전문으로 하고 있다.

당연히 이 의원에는 젊은 임신부는 찾아볼 수 없으며, 환자의 대부분은 출산과 관련 없는 중년의 여성들이다. 올 봄 개원한 중구의 또 다른 산부인과도 주된 진료 분야는 부인과 성형수술이다. 이와 함께 대구지역 상당수 산부인과 의원들은 분만이나 부인과 질환보다는 비만이나 유방클리닉, 항노화클리닉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종합병원인 ㄱ병원은 최근 산부인과 의사를 2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분만실을 없앴다.또 다른 종합병원인 ㄱ병원은 이미 3년 전에 산부인과 의사를 2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분만실을 없앴다. 이 병원 관계자는 "개원 초기 분만건수가 한 달에 40~50건이었는데 3년 전에는 한 달 5, 6건으로 줄어 산부인과를 축소했다"며 "지금은 종합병원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산부인과를 두고 있지만 주로 부인과 질환이나 건강검진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낮은 의료수가와 저출산 현상이 겹치면서 환자가 줄자, 동네 산부인과의원 가운데 60~70%가 분만실을 폐쇄한 상태다.이 같은 현상은 의과대학에도 반영돼 올해 산부인과 전공의(레지던트) 220명 모집에 40여 명이 미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최근 학회 명칭을 '여성의학회'로 바꾸고 진료 영역을 여성과 관련된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경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김택훈 대구경북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오죽하면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자신의 전문영역을 포기하겠느냐"며 "수십 년 동안 강제로 적용해 온 낮은 의료수가에다 저 출산 현상이 겹치면서 환자가 줄어든 산부인과들이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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