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슈퍼맨

지난해 10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우상이던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가 심장마비로 숨졌다. 가슴에 붉은 'S'자를 달고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나쁜 사람들을 시원시원하게 처치하고 곤경에 빠진 사람을 구해내는 영화 속 '슈퍼맨'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연기자 리브는 탄탄한 건강미를 자랑하며 영화를 떠나서도 슈퍼맨이었다.

◇ 인기 절정의 리브는 1995년 5월 한 승마대회에 참가, 낙마 사고로 전신마비의 장애인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그는 슈퍼맨이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손에 감각이 돌아왔고, 팔목과 손가락, 발가락 일부를 움직일 수 있게 되는 등 기적을 만들어 갔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영화를 찍고 장애인 재활 캠페인을 벌이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다. 죽지 않았다면 그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만났을 것이다.

◇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 배양에 성공한 황우석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책상 앞에 리브의 사진과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가수 강원래의 사진을 걸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구를 통해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한국의 경제 성장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리브 이상의 슈퍼맨으로 여겨지고 있다.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4일 성명을 내고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배아를 복제하여 질병 치료에 이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한 인간을 다른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로 규정했다. 또 최근덕 성균관장은 "유교가 인간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하고 있는 만큼 자연의 법칙을 깨뜨리는 황 교수의 인간 복제 연구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 천주교 주교회의는 "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한다고 해서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난치병 환자의 심각한 현실적 아픔을 외면한 것이 아니냐는 일방적 비판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살아있는 모든 사람이 슈퍼맨이 된다면 그것은 인간의 세상이 아니라 슈퍼맨들의 전혀 다른 세상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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