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혼인신고 미루는 부부들 는다

지난해 5월 결혼식을 올린 김모(32)씨는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양가 부모들의 성화에 못이겨 부인과 중매로 만나 결혼식을 올렸지만 짧은 연애기간 탓에 서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아 혼인신고를 미뤘다.

◇ '만에 하나 있을 이혼' 대비

김씨는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이혼하는 것을 보고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며 "결혼 초 아내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려 했던 연애과정과는 달리 결혼생활에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집사람과 아이를 낳은 뒤 혼인신고를 하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부부가 아니다 보니 언제든 헤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신고 자체를 늦춘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양가 부모들도 이를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모(33·여)씨는 올 초 중매로 결혼한 남편을 믿을 수 없어 혼인신고를 미뤘다.

당초 남편 집안은 수십 억대 재산가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처분 불가능한 부동산이 일부 있을 뿐 빚이 더 많았다.

게다가 전세로 마련한 줄 알았던 아파트는 월세였고, 시댁에서는 수시로 돈을 요구했다.

복잡한 이혼절차가 필요 없다는 생각에 정씨는 혼인관계를 정리할까 고민 중이다.

◇ 1년쯤 지나 확신이 설 때

혼인신고를 하지 않거나 이를 미루는 '무늬만 부부'가 늘고 있다.

대구 북구청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 동안 신고된 혼인 신청 건수 207건 가운데 결혼 6개월이 지난 뒤 신고한 사례가 모두 37건으로 전체 18%를 차지했다.

대구의 다른 구청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해 대구지역의 이혼 6천635건 중 4년 이내 이혼이 22%(1천463건)로 나타나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결혼식을 올린 이모(31)씨는 최근 아내 정모(28)씨와 부부 사이를 정리했다.

사귈 때와는 달리 서로 다른 성격으로 다툼이 잦아지면서 더 이상 부부관계를 계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혼인신고를 미뤘으나 신혼 초에 매일 싸우다 보니 아예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부부가 아니다 보니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이유도 없어 쉽게 갈라설 수 있었다"고 했다.

양가 부모들도 그들의 '이혼'을 반대하지 않았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호적에 '흠집'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 부모들도 "흠집 안 남는다"

구청 관계자는 "소득공제나 전세자금 대출같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계산 때문에 먼저 혼인신고부터 하는 경우도 많지만, 요즘은 1년쯤 지나 아이 출산을 앞두고 혼인신고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일정기간을 함께 지낸 뒤 확신이 설 때 혼인신고를 해도 늦지 않다고 여기는 세태"라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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