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납북돼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독립유공자의 위패가 후손의 집요한 노력 끝에 국립묘지에 봉안된다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해방 후 초대 외무부 차관과 외무부장관 서리를 역임하다 6·25전쟁 때 북한 인민군에 의해 납북된 고(故) 고창일(高昌一·1892년생) 선생의 위패가 뒤늦게 현충원에 봉안되는 것이다.
정부는 1989년 고 선생을 비롯해 조소앙, 김규식, 안재홍 선생 등 총 12명의 납북 독립운동가들의 공훈을 인정, 건국훈장을 추서하고 2년 뒤인 1991년 11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조성한 '무후선열제단'(無後先烈祭壇)내에 이들의 위패를 봉안했다.
그러나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고 선생의 위패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유일하게 위패 봉안에서 빠졌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월 국립 현충원을 찾았던 고 선생의 손자 고용환(55)씨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집안의 장손인 고씨는 "조부께서 납북만 되지 않았더라면 국립묘지에 묻히셨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국에서 찾아온 동생들과 현충원을 찾았지만 애국지사묘역 한 쪽에 마련된 '무후선열제단'에서 우연히 조부와 함께 1989년 건국훈장을 받았던 김규식 선생 등의 위패를 발견하고는 크게 낙담했다.
건국훈장을 받은 납북 유공자들 중 유일하게 조부의 위패만 빠졌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고씨는 이튿날 당장 국가보훈처로 전화를 걸어 "유일하게 할아버지 위패만 빠진 이유가 무엇이냐"며 따져 물었지만 정확한 기록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고씨는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전화와 방문은 물론, 보훈처장에게 공문까지 보내는 등 집요한 노력으로 최근 '위패봉안 날짜를 정해 알려드릴 테니 영정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고씨는 "뒤늦게나마 조부의 위패봉안이 이뤄지게 돼 이제 서운한 감정은 다 없어졌다"며 "위패봉안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은 보훈처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등짝에 짊어진 커다란 돌멩이를 이제야 내려놓은 기분"이라며 "위패봉안이 이뤄지면 할아버지에 대한 애타는 심정을 안고 돌아가신 선친도 매우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운동가로 이른바 '김규식 파(派)'로 평가되던 고창일 선생은 6·25전쟁 발발 초기 서울 반도호텔(현 롯데호텔) 인근의 자택에서 김규식, 원세훈 선생 등과 함께 인민군들에 의해 연행된 뒤 납북됐다고 고씨는 전했다.
현재 서울 국립현충원 무후선열제단에는 김규식 선생 등 납북 독립유공자 15위와 유관순 열사,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했던 이위종, 이상설 열사 등 총 131명의 독립운동가 위패가 모셔져 있다.
(연합)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