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엄석대와 한병태의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된 후의 이야기만 실려 있다. 동본리중학교 신문반 동아리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원작에 없는 두 주인공의 청년기를 새롭게 만들어 봤다.
나의 군대시절은 정말 힘들고 외로웠던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학생의 신분을 잠시 접고 처음으로 군대에 발을 들여 놓은 그 순간부터 내 삶은 꼬이기 시작했다.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힘든 훈련소 생활을 마친 후, 자대 배치를 받았다. 같은 과 복학생 선배들에게 들었던 내무반의 고약한 얼차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억누르며 부대 내 숙소에서 막 군복으로 갈아입는데 누가 날 불렀다.
"어이, 신병!"
낮고 짧은 목소리다. 얼핏 본 가슴팍의 작대기는 비록 두 개(일병)였지만 힘이 실린 저음의 목소리만으로도 엄청난 녀석을 만났다는 불길한 예감과 함께 빠닥한 군복 옷자락 속으로 겨우 억눌렀던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야 이 ××야, 너 여기 오기 전에 뭐했어?!"
그는 짧고 굵은 목소리로 물었다. 밑바닥의 냄새가 진동하는 그의 물음에 지금껏 내가 약간은 겸손한 듯, 그러나 자랑스러움을 감출 수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던 S대에 다녔노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냥……, 공부……, 좀……."
우물쭈물 겨우 대답을 하며 올려다 본 나는 순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낭패와 비참함이 범벅된 표정을 보고 난 후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돌아가는 뒷모습의 주인공이 초등학교 이래로 나를 냉소적인 애늙은이로 만든 엄석대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내가 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아까부터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던 작대기가 세 개씩이나 달린 상병 녀석이 나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남겼다.
"너! 남은 2년 동안 목숨 부지하고 싶으면, 까불지 말고 엄석대 일병이 하는 말 들어라."
현기증과 함께 구토가 올라 오려 했다. 뭐라고 단정지어 말할 순 없지만 협박성이 다분한 그의 말투 때문은 결코 아니다. 어지럼증과 알 수 없는 이 구토의 원인은 엄석대와의 재회로 인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직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의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석대와의 재회를 제외하고는 너무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신고식을 치르고 나는 자대 훈련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일이 있은 지 얼마 후 훈련이 끝나고 우리는 모두 내무반에서 9시 뉴스를 보고 있었다.
"한병태!" 엄석대 무리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구석에 혼자 앉아 있었던 나를 엄석대가 불렀다. "오늘따라 여자 앵커가 너무 천박해 보이는군. S대생이 고상한 걸로 새로 하나 골라 봐."
비아냥과 조롱으로 가득찬 표정으로 이죽대는 그를 향해 주먹은 아니더라도 악이라도 쓰고 싶었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공부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너무 없었다.
이를 악물고 하는 수 없이 엄석대가 바라는 대로 의미없는 말장난과 상대방 비하로 방청객의 웃음을 유도하는 버라이어티 토크쇼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리고는 말없이 자리로 돌아 왔다. 그날 내가 이를 악물고라도 엄석대의 치졸한 행동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예전 엄석대의 청소 검사를 받고 나서 눈물을 흘렸던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이었다. 나는 그날밤 수치스러웠던 유년의 기억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다음날, 엄석대는 나를 불러 자신의 구두를 닦을 것을 명령하였다. 안 된다는 이성의 외침과는 달리 이미 내 손에는 구둣솔이 들려 있었다. 그런데 녀석이 갑자기 구두 위에 굵은 가래침을 뱉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참아야 한다는 이성의 외침에 앞서 이미 꽉 쥔 내 양주먹에는 분노의 핏줄이 서기 시작했다.
"야, 이 ×× 봐라." 이를 악물고 참느라 꽉 쥐어진 나의 주먹을 알아챈 엄석대의 주먹이 나의 얼굴로 날아왔다.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참았다. 비굴한 나의 이성이 획득한 최초의 승리였다. 엄석대가 쓰러진 나를 흘겨보고 돌아가자 엄석대를 따라 다니는 사람들이 나를 밟아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굶주린 야수였다.
그 일이 있은 후, 그의 사소한 명령은 계속 되었다. 그때마다 난 초등학교 시절 획득했던 굴종의 대가를 떠올리며, 반역의 쓰라린 피 맛보다는 굴종의 달디단 열매를 핥아댔다. 엄석대는 끊임없이 나에게 당근과 채찍을 선물하고, 나를 길들이며 조련해 나갔다. 그가 던져 주는 당근을 두 손으로 받아 내무반 담벼락에서 쓴물이 나도록 씹어대며 2년의 짐승 같은 시간을 버텼다.
정리'동본리중학교 신문반 한울타리
▨ 제목으로 지어 본 10행시
우 우리의 삶에서 영웅이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은
리 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라는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 들어 보십시오.
의 의사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가질 수 없었던
일 일그러진 사회의 면모를 엄석대와 한병태라는 인물을 통해서
그 그려내고 있습니다.
러 너무하다 싶은 부당한 권력 앞에
진 진 경험은 없으십니까?
영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고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거라 보였던 절대 권력의
웅 웅덩이에서 벗어날 용기를 찾아 낸 당신이 바로 영웅입니다.
신동식기자(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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