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급할때는 '대출불가'…"보험이 뭐 이래"

이모(29·여·북구 칠성동)씨는 14개월 이상 보험금을 내면 전세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는 영업사원의 말을 듣고 지난 2002년 11월 만기 7년짜리 모 화재보험사의 장기주택마련 저축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최근 이사를 하기 위해 전세자금 대출 신청을 했다 '대출 불가' 통보를 받았다. 보험사 측은 전세를 얻고 난 뒤 그 보증금을 담보로 내세워야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한 것. 이씨는 결국 900만 원의 납입금 중 위약금 200만 원을 뗀 700여만 원만 돌려받고 보험을 해지했다.

이씨는 "계약할 때는 전세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고 해 가입했는데 정작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약관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잘못도 있지만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해 해지를 유도한다면 결국 보험사의 배만 불리는 꼴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약관을 소홀히 한 채 보험에 가입했다 낭패를 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영업사원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보험상품의 내용을 과대 포장하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의 경우 영업사원이 자신이 판매하는 보험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지 못해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경우도 있다.

모 보험사 영업사원 최모(51)씨는 지난 2002년부터 주택구입자금이나 전세자금 등의 대출 혜택이 있는 장기주택마련 저축보험을 판매했다 최근 소비자들의 항의와 해지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최씨는 "회사가 보험 가입자 늘리기에만 급급해 보험상품의 정확한 정보나 이와 관련된 교육을 하지 않는 바람에 자신만 큰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는 판매한 160건의 상품 가운데 단 3건만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효되거나 해지돼 그동안 받은 계약성사에 따른 수수료를 모두 되갚게 됐다는 것.

금융감독원 대구지원 관계자는 "보험에 가입할 때 주의를 게을리하면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설계사의 말만 믿지 말고 보험 약관이나 보장내용 등을 직접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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