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문화가 바뀌고 있다. 웰빙 바람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밤을 또 하나의 '일과시간'으로 활용하는 시민들이 부쩍 늘고 있는 것.
4일 밤 11시쯤 대구 북구 칠성동의 한 대형 소매점. 밤 늦은 시각이지만 매장 안은 쇼핑나온 시민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편안한 복장의 가족단위 쇼핑객들. 맞벌이 부부들의 장보기도 한창이다.
김은정(35·여·대구 북구 침산동)씨는 "밤에 장을 보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데다 세일도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얻는 이익이 크다"며 "퇴근한 남편과 데이트를 하는 기분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고 했다.
올빼미 쇼핑객들로 대형 소매점의 최고 매출시간대가 밤 10시 이후로 옮겨지고 있고 몇 몇 매장의 경우 심야 쇼핑객들을 노려 24시간 영업에 들어간 곳도 있다. 홈플러스 장준철 대리는 "가족단위 쇼핑객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밤 10시 이후의 매출이 하루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급신장하고 있다"고 했다.
신천, 금호강 둔치는 물론 월드컵 경기장, 주택가 인근의 체육공원 등에는 조깅,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길거리 농구 등을 즐기는 이들로 넘쳐난다. 24시간 문을 여는 스포츠센터를 찾아 체력을 단련하거나 수영 등 심야운동에 푹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정을 넘는 시간까지 밤잠을 미룬 올빼미들의 밤 즐기기는 계속된다. 김민철(46·대구 수성구 수성동)씨는 "퇴근 후 TV나 보며 지내다 얼마 전부터 가족들과 함께 밤 운동을 시작했는데 서늘한 밤공기에 금세 말라버리는 땀의 느낌이 좋아 하루도 거르지 않게 됐다"며 "생활의 활력은 물론, 더불어 상쾌한 아침까지 맞게 된다"고 했다.
영화관에도 밤을 잊은 젊은이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이들을 위해 새벽까지 심야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며 아예 24시간 문을 열어 심야영화 마니아를 유혹하는 곳도 등장했다.
직장동료들과 심야영화를 즐긴다는 이정희(34·여·대구 수성구 범어동)씨는 "할인혜택에 사람들이 덜 붐비다보니 한결 여유를 느낄 수 있어 하나의 취미생활이 됐다"고 했다.
주5일 근무에 맞춰 늦은 밤이나 새벽에 떠나는 밤 여행이나 야간 산행 등도 밤의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 동료 10여명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팔공산이나 앞산 야간 산행을 한다는 이종민(38)씨는 "짙은 어둠을 따라 산을 오르다 보면 색다른 도시의 야경에 황홀해지기도 하고 밤 바람을 쐬다보면 낮시간동안 경직된 마음이 풀어질 때가 많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이낙연 "'줄탄핵·줄기각' 이재명 책임…민주당 사과없이 뭉개는 것 문화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