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학술전문도서관이 필요한 이유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시·공간의 개념이 재편되고 우리의 생활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와 더불어 나타난 사회적인 현상 중의 하나가 40, 50대 조기퇴직 현상이다.

그런데 40, 50대 조기 퇴직시대를 맞아 우리가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그들의 사회적 경험과 지혜를 어떻게 공유하고 축적해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것인가이다.

우리 사회에서 정부나 기업체 할 것 없이 인사발령이 나면 그 동안 해온 공식적 업무는 후임자에게 넘겨주지만 새로운 자리로 떠나는 사람의 귀중한 경험과 지혜는 인수인계되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2, 3년의 인사발령 주기에 따라 비슷한 유형의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등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더러 그 귀중한 경험과 지혜가 함께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반복되는 시행착오는 아마 사회적 경험과 지혜를 제대로 관리, 공유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국력낭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의 보완과 인센티브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많은 수업료를 내고 배운 사회적 경험과 지혜를 사장시키지 않고 대구·경북 지역사회의 효율적 발전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한번 생각해봐야할 중요한 대목이다

필자가 대학에 와서 늘 안타깝게 느끼고 지역발전을 위해 꼭 시도해 볼 만한 일 중의 하나가 퇴직 교수님들의 장서관리의 문제이다.

퇴직하는 교수님들의 소장도서 중에는 사실 한 평생 연구 활동에 종사하면서 수집한 특정전문분야의 귀중한 도서들이 많다.

도서관에서 구입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희귀본이나 절판도서도 상당하다.

그리고 이런 장서를 국공립도서관에서 수집하려고 하면 많은 예산이 들고 어떤 경우에는 예산을 들여도 구입할 수 없는 책이 많다.

그런데 교수님들이 퇴직하면서 책을 집으로 가져가자니 집이 좁아서 문제이고 보관할 연구실도 없고 대학도서관에 기증하려해도 받아주지 않고 국공 및 사립도서관에 기증하려해도 전문도서라며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퇴직과 더불어 평생 모은 귀중한 전문도서들이 사장되거나 사라지고 만다.

대구·경북지역에는 많은 대학들이 있고 각 대학에서 매년 퇴직하는 교수 수도 100여 명 가까이 되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퇴직 교수님들이 전문도서를 조건 없이 기증하고자 할 때 도서를 기증받아 후배들이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구시내나 인근에 대규모 학술전문도서관 건립이 우선되어야 한다.

더불어 이들 교수님들이 틈나는 대로 학술전문도서관에 자원봉사자로 출근해 도서를 관리한다면 큰 예산 들이지 않고도 훌륭한 학술전문도서관을 우리 지역에 만들 수 있다.

즉 대구시나 경북도가 하드웨어를 만들어 약간의 운영비를 대고, 내용물은 퇴직 교수님들의 전문도서로 채워 학문주제별로 함께 모아 관리한다면 많은 연구자들이 찾아오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외지에서 온 연구자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며 연구하느라 몇 주씩이라도 머물게도 될 것이다.

특히 고속전철이나 고속도로망이 잘 발달된 요즘은 이런 학술전문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한다면 국내외 많은 연구자들을 대구·경북에 불러 모아 우리 지역을 학술·문화·관광중심도시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대학에 몸담았던 퇴직 교수님들의 경험과 지혜를 살리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술전문도서관 건립이 시급하다.

급속하게 변화되는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 여러 구성원들의 귀중한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축적하는 것이 국가와 지역사회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이다.

또 실질적인 업무인수인계제도를 비롯한 여러가지 제도적 틀도 검토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김권구

계명대 교수 한국문화정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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