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승부는 가라…한바탕 어울림

김천시 대항면 대룡2리 속칭 용복마을과 덕전4리 속칭 신평마을 등 2개 마을 주민 200여 명에게는 단오절이 일년 행사 가운데 가장 큰 잔치다.

주민들은 단오날 오전 마을 경계를 가로질러 흐르는 작은 개울인 '덕산천' 주변에 모여 농악놀이 등을 하며 흥겨운 잔치를 벌인다.

주행사인 줄다리기를 비롯해 씨름 대회가 마을 대항전 성격으로 이뤄지지만 이 행사의 목적은 주민간 친선 및 화합 도모, 풍년농사 기원이다.

대대로 이어져오던 이 행사는 1930년대초 일제가 독립운동을 우려, 금지령을 내리면서 쇠퇴하다 지난 2001년 문화관광부로부터 '마을 단위 소규모 전통축제'에 지정되면서 다시 부활했다.

양쪽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2001년 제1회 대회를 갖기 시작, 올해로 5회째를 맞았으며 삼베옷의 농군 복장 등 1900년대 초의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리면서 지역에선 보존전승이 가장 잘된 단오절 전통 민속놀이로 자리매김했다.

주민들은 먼저 마을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올린 후 행사 핵심인 줄다리기 대회를 시작한다.

양쪽 마을의 남녀 대표 각 40명씩이 선수로 출전해 마을 경계인 개울에 걸쳐 놓은 굵은 동아줄로 서로 힘을 겨룬다.

선수 대장은 마을의 노인회장이, 응원대장은 이장이 각각 맡는다.

징소리와 함께 시작돼 5판 3승제로 승부를 가리며 진 팀에게는 선수 대장을 개울물에 빠뜨리는 벌칙이 주어진다.

이 순간이 대회 절정.

줄다리기가 끝나면 양쪽 마을 주민들은 씨름대회, 창포 머리감기, 흥겨운 풍악과 함께 푸짐하게 차린 음식과 술을 나눠 먹으며 친선화합 한마당 잔치를 벌이고 한해 풍년 농사와 소원을 빈다.

신평마을 이서기(93) 옹은 1930년 초 마지막 줄다리기에 참가했던 유일한 생존자이다.

이 옹은 "단오가 다가오면 줄다리기할 줄을 만들기 위해 모든 주민들이 모여 새끼를 함께 꼬았고 음식 준비 등으로 양쪽 마을은 열흘 전쯤부터 시끌벅적했다"며 "새끼줄을 소에게 먹이면 소가 잘 크고 논밭에 뿌리면 농작물이 잘 자라고 사람에게는 좋은 일만 생긴다 해서 대회가 끝나면 새끼줄은 주민들이 공평하게 나눠 가졌다"고 회상했다.

올해 응원대장인 신평마을의 김성수(43) 이장은 "첫 대회 때 용복마을에 진 뒤 내리 3년 간 우리 마을이 이겼는데 올핸 승부가 어떻게 날지 궁금하다"며 "승부를 떠나 모든 주민이 함께 어울려 주민들이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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