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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옥입니다-잘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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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전화 속의 다급한 목소리, "들었어?" "무얼?" "○○씨가 갑자기 돌아가셨다잖아." "...."

한번씩 이런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화들짝 놀라게 된다. 사소한 인연일지라도 누군가가 거짓말처럼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간다는 건 언제나 가슴을 허허롭게 한다. 친구들이 한 명씩 세상 뜰 때마다 노인들이 며칠씩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도 지독한 상실감 때문일 게다.

팔팔하던 어떤 이가 갑작스레 세상을 하직했다. 얼마 전 우연히 마주쳤을 때만 해도 건강했고, 그날도 다름없이 멀쩡했다는데'''. 그는 그날이 이생에서의 마지막 날임을 꿈엔들 알았을까.

새삼 "잘 죽는 복이 최고의 복"이라던 어른들의 말을 되새기게 된다. 자기 삶의 길이가 얼마 남았는지, 당장 1초 앞도 내다볼 줄 모르면서 우리는 천년만년 살 것처럼 꿈의 모래성을 쌓고 또 쌓고, 때로는 턱없는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서양속담에도 그러하듯 "죽음의 신(神)은 어느 집 앞에도 무릎을 꿇는 검은 낙타"라지 않는가.

살 날이 구만리 같은데 웬 뜬금없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건 하루하루 그날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또한, 죽어가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다. 독일 신비주의 문학가 마이링크의 묘비명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나는 살아있다-나는 살아있다'

'죽음 준비'라는 이색 주제를 연구하는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죽음을 남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은 죽음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고 삶에만 골몰하다 보니 불행한 죽음을 맞게 된다"고 했다. 때문에 평소 죽음에 관한 교육을 받을 것,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미리 유서를 써둘 것 등 죽음 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엔 학자들도 본격적인 죽음 연구에 나섰다. 지난 4일 서울에서 창립된 '한국죽음학회'는 허둥지둥하거나 내팽개쳐지는 그런 죽음이 아니라 존엄하게,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 위해 일상 속의 죽음을 연구한다고 한다.

누군가의 갑작스런 비보를 들을 때면 금세기의 성자로도 불리는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자. 지금 이 순간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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