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맥 북서쪽에 자리한 세계의 지붕 티베트 장례 풍습은 독특하다. 사람이 죽으면 시체를 잘라 맹금류에게 나눠주는 조장(조장) 풍습이다. 화장을 하기엔 나무가 부족하고, 낮은 기온에 건조한 기후로 잘 썩지 않기 때문에 매장을 기피한 대신 생겨난 풍습이다. 그러나 조장을 하는 근원에는 보시를 통한 보살행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보시를 통해 다시 환생한다고 믿는다.
◇ 티베트 사람들의 환생 믿음은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찾는 데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티베트를 위한 영원한 헌신을 다짐한 제1대 달라이 라마가 서원한대로 달라이 라마는 계속 환생한다고 믿는다. 지금의 14대 달라이 라마도 그런 믿음에서 찾아졌다. 13대 달라이 라마가 서거하자 섭정 중이던 레팅 린포체는 어느날 환영을 보고 티베트 변방 지역 탁처 마을로 가서 2살배기 톤둡을 발견했다. 변방 농촌마을에서 태어난 톤둡은 13대 달라이 라마의 물건들을 알아보는 시험에 통과한 뒤 겨우 다섯살에 14대 달라이 라마에 공식 취임했다.
◇ 달라이 라마가 8월 방한할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 '만해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돼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어제 티베트 망명정부의 동북아 대사가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 방한 계획을 알려 왔다. 동북아 대사는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평화를 전하고 불교를 나누는 목적일 뿐 정치와는 관계가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가로막는 정치적 요인을 배제하려는 의도다.
◇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여러 차례 좌절됐다. 중국 정부의 반발을 고려한 정부가 그의 방한 비자 발급을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59년 중국 인민해방군에 반발한 티베트인들의 시위 이후 인도로 망명한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껄끄럽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
◇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그의 말대로 우리 정부에 달렸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인류 가치의 증진과 환경의 중요성, 전통과 문화의 차이 존중, 종교 간 조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를 여행한다"는 달라이 라마의 말 역시 정치적 목적을 배제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종교 지도자의 입국을 이웃 강대국의 반발을 우려해 막는다면 얼마나 옹색한가.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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