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뜯어내는 작업이 재밌어요. 뜯겨져 부유하는 이미지가 바로 시대의 이미지 아닐까요."
지난 2월, 여러 겹 붙인 한지를 올올이 뜯어낸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 이지현(40)씨가 이번엔 교과서를 비롯한 갖가지 종류의 종이를 뜯는 작업을 선보인다.
12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10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이전 작업보다 한층 다양해진 느낌이다.
일관되게 종이를 뜯어내는 작업이지만 국어, 국사 등 오래된 교과서나 선거포스터, 전화번호부, 인쇄지, 사전, 쌀포대, 쇼핑봉투, 달력, 논문 등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종이 재질의 일상 용품들을 한 장 한 장 뜯어내 이 시대의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했다.
뜯어낸 종이를 다시 이어서 옷 형태로 만든 설치작품과 성경을 뜯어 모자이크 기법으로 자화상을 표현한 작품도 눈에 띈다.
"엄청난 시간이 걸리죠. 하면서도 이런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이 느낌이 즐겁고 보물을 발견한 듯 통쾌하니까요."
그의 작품은 발표할 때 마다 호평을 받아왔지만 대구에선 단 한점도 판매되지 않았다.
그저 국제 아트페어에서 한두점 팔린 게 고작이다.
하지만 그는 이 작업을 포기하지 않는다.
22일부터 7월17일까지 일본 기타갤러리에서 초대전도 갖는다.
다음 번에는 사진작품을 뜯어낼 계획이라는 그는 "마흔을 넘기면서 왜 그림을 하는지 생각이 많아졌어요. 소수를 위해 벽에 걸리는 그림보다 시대를 담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고 했다.
053)606-6125.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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