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기홍 단국대 총장 "총장직 장관보다 어려워"

권기홍 전 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서울 단국대학교 총장에 임명됐다.

총선에 출마하고 부처 장관직을 역임하는 등 '외도'를 해왔던 그가 대학으로 다시 돌아온 셈이다.

권 전 장관은 독일 유학 이후 20여년간 영남대 교수로 강단에 선 바 있다.

그는 총장이 '장관보다 어렵다'고 했다.

부처는 위계화된 조직을 지휘해 일사분란하지만 대학은 의사결정을 하려면 교내 각 주체자들의 조율을 이끌어 자발적 동기를 유발해야 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지치지는 않는다고 했다.

오랜만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을 하다보니 '덩달아 젊어졌기 때문'이란다.

최근 관심사는 단연 교육문제. 핵심은 신분상승 욕구 해소차원에서 교육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국민들의 시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물론 신분상승 욕구가 성취동기로 작용해 70, 80년대 고도의 산업화를 이끈 원동력이 됐다는 데는 그도 공감한다.

하지만 현재도 그 같은 신분상승 욕구의 잣대로 교육을 활용하려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따라서 그는 '경쟁의 형태를 바꾸는데서 해법을 찾자'고 역설하고 있다.

서로 일등을 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면 결국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경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고, 이는 서열이 우선시되는 비전 없는 사회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서열 중심주의적 교육은 지역에서의 1등은 만들어도 세계 일등은 못만든다"며 "남 밀어내기 경쟁에 악바리 혹은 헝그리 정신을 활용하는 것도 이미 철지난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교편을 잡았던 영남대의 수준이 단국대 천안분교보다 못하다는 교육부 자료에 한숨을 떨궜다.

"지방대 수준이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또 "영남대에서는 '척' 보면 다 아는 사람들이라 총장도 거기서 했었더라면 더 편했을 텐데…"라고 운을 뗀 그는 "여기(단국대)에서는 처음부터 교수와 직원, 학생들에 대해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특히 지역에 그가 세운 복지재단도 마음을 무겁게 하는 요인 중 하나. 3급 중증 장애인(뇌성마비)인 아들을 위해 설립한 복지재단을 장관직을 맡으면서 부인에게 운영권을 넘겨 줬지만 꼼꼼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그는 4년 임기가 끝나면 서울 신사동에 있는 단국대 사택 생활을 미련없이 버리고 귀향할 계획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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