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영호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서영관의 인물탐방

증권선물거래소 이영호(李永鎬·55) 시장감시위원장은 증권감독원 공채 1기로 시작, 지금껏 시장 감독을 업으로 해 온 증권가의 '염라대왕'이다. 작전을 쓰거나 불공정행위를 하는 이를 집어내고 거래소 회원사들이 제대로 규칙을 지키는지를 살핀다. 분쟁이 일어나면 잘잘못을 가려 조정도 하며 시장 질서를 잡는다. 돈이 있기에 따라오게 마련인 위법과 불공정을 잡아낸다. 시장에서는 경찰인 셈이다.

잘못을 가려내는 엄격함은 얼굴 생김새에서도 풍겨난다. 그러나 겉 생김새와 이력만으로는 사람을 알 수 없는 모양이다. 생김새와는 영 딴판으로 부드러운 사람이다. 남의 말을 들을 줄 안다. 제 주장이 당당한 만큼 남의 말도 정당하다고 믿는다. 후배 직원들에게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직위가 높고 낮고를 떠나 사람끼리 스트레스를 주고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원들에겐 회원사와 접할 때 더 많이 숙이고 들어가라고 권한다. 그래야 불평불만보다 이해를 얻기가 쉽다고 여긴다.

기독교 장로로 술과 담배는 아예 피한다. 30대까지만 해도 그는 술고래였다. 마셨다 하면 끝장을 봤고 필름이 끊기기가 예사였다. 끊어야지 하면서도 '모질지 못한 탓'에 술자리가 이어졌다. 그러다 40세에 참가했던 부흥회가 계기가 됐다. 영적 감동을 체험하진 못했지만 무슨 까닭인지 부흥회 이후 술이 역겹게 다가왔다. 애를 써도 끊지 못했던 술이 자연스레 멀어졌다. 하나님이 술 대신 건강을 가져다 준 것으로 믿는다.

그래도 술자리 모임을 피하지는 않는다. 대리, 과장, 부국장 시절마다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대외 접촉이 몸에 밴 덕분인지 술 마시지 않고도 분위기를 깨지 않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어린 시절 동창들을 만나면 술 치다꺼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사람 냄새가 좋기에 모임도 즐겁다.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업무가 겹친다. 당연히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자신이 금감원 출신이어서 그런 마찰은 적다. 서로 양해각서를 맺어 역할을 분담한다.

외환위기 이후 금감위가 생기면서 이헌재 당시 위원장이 비서실장으로 그를 선택했다. 그리곤 바깥일을 맡겼다. 외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파김치가 돼 귀갓길에 설 때면 그만둘까 고민도 많이 했다. 금감원에서는 은행 검사국장도 하고 금융, 보험담당국장을 거쳤다. 대학을 늦게 나온데다 고시준비를 하느라 취직이 늦었지만 열심히 일한 덕에 입사 동기 중 선두를 달렸다. 나이를 찾은 셈이다.

울릉도가 고향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섬에서 마치고 대구로 유학와 사대부고를 나왔다. 대학(고려대 법학과) 진학 전 두어 해 동안에는 고향에서 어부생활도 했다. 윗대 고향은 영양으로 해방 전 일본 순사를 폭행한 아버지가 형제들을 이끌고 울릉도로 피신했다고 한다.

지금도 형님이 울릉도에 살고 부인도 동향이다. 고향을 생각하면 언제나 즐겁고 포근하다. 은퇴하면 고향 바다를 보며 살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는 부인을 설득해야 가능한 꿈이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