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산업은 한 나라 지식문화의 젖줄이며, 정신세계를 이끄는 견인차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상문화 시대를 맞으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지고, 그 속도가 붙고 있다. 다양하고 화려한 매체 환경 속에서 책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매체로 여겨지는가 하면, 영상물에 끝없이 밀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미지 언어는 문자언어'음성언어의 도움을 받지 않을 경우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 되기 어렵다. 오늘의 문명사적 전환에도 불구하고 언어는 여전히 가장 중요한 소통 수단이어야 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 요즘 출판사들이 고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시대가 달라지고, 사람들의 기호도 마찬가지라는 데 있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문화정책 담당자들의 무철학'무소신, 정부가 지향하는 극단적 실용주의적 시각 때문에 그런 부정적 측면이 강화되고 있는 건 아닐는지…. 당장 돈이 되지 않는 문화엔 관심을 가지지 않는 풍토가 문제라는 얘기다.
◇ 이미 어제오늘의 현상은 아니지만, 인문'사회'자연과학 분야의 출판계는 아우성이 넘쳐난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신간 학술 도서가 1년 이내에 70% 이상 팔리는 비율은 11.8%에 지나지 않는다. 1년 평균 판매 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는 무려 78.5%나 되며, 외국 번역서 의존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 이런 현실 속에서 출협은 최근 출판산업발전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출판산업의 인프라 재정비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가시적인 효과 도출은 여전히 회의적인 형편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출판 및 인쇄진흥법' 개정의 핵심은 출판진흥위원회(가칭)의 신설이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려는 입장이긴 하나 과연 제대로 된 길이 찾아질는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21세기는 지식정보사회라 하더라도 평면적인 정보의 조합만으로는 경쟁력과 연결시킬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정보의 양보다 질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질 높은 정보의 생산 능력은 사유와 상상력, 거기에서 나오는 창의력이 담보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런 창의력도 밥을 먹어야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출판산업 역시 혼자 굴러가는 외바퀴일 수 있을까. 정부는 이 같은 국가적 과제를 새롭게 인식해야 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