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용 흐름 살피면 취업길 보인다

올해 '전반전'이 끝을 알리고 있다. 상반기 대기업 평균 경쟁률은 102대 1(취업정보업체 잡링크 조사)로 사상 최고 수준.

취업전선에 뛰어든 구직자들 마음도 급해지고 있다. 후반전엔 꼭, 한 골 넣어야 하는데….

이번 주 취업면은 올 상반기 고학력자 채용시장 흐름을 살펴봤다. 상반기를 잘 읽으면 하반기는 물론, 내년 채용시장 판도까지 가늠해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인턴 갈수록 는다

올 상반기 삼성그룹 21개 계열사가 인턴사원을 뽑았다. 삼성의 인턴 채용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다. 인턴 접수기간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올 만큼 대학생들 관심이 높았다. 삼성그룹 채용방식이 국내 대다수 기업의 '교과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실제로 올 들어 인턴제를 도입한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

취업정보전문업체 인크루트가 올 상반기 자사 기업회원 310개 사를 대상으로 인턴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60%인 187개 사가 1천451명의 인턴사원을 뽑을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7개 사와 비교해보면 75%나 늘었다.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도 인턴을 선호, 잡링크 조사에 따르면 151개 외국계 기업이 인턴십을 활용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턴 채용이 늘어나는 것은 서류전형·필기시험·면접 등으로 구성된 채용방법이 우수 인재 발굴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기업들이 인턴을 통해 실무능력을 갖췄는지 판단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턴'은 매력적인 제도로 급부상하고 있다.

구직자들도 인턴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회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실무경험도 쌓을 수 있다. 인턴사원 모두가 정규직 채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규직 채용 시 인턴들에게 가산점을 부여, 채용 확률이 높아진다. 잡링크 조사에 의하면 외국계 기업의 경우, 인턴십 뒤 정규직 채용 비율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차별 다소 완화

지방대학 출신이나 여성들에게 채용 시 일정 부분 '자리'를 마련해주는 채용할당제 시행 기업이 조금씩 늘고 있다. 취업정보업체인 잡코리아가 올해 기업 486개 사를 대상으로 채용할당제 시행 여부를 조사한 결과, 시행기업이 50개 사로 전체 설문응답기업의 10.3%를 차지했다. 지난해 조사 때는 39개 사(8%)가 시행한다고 대답했으나 올해는 채용할당제 시행 기업이 지난해에 비해 소폭 늘었다고 잡코리아는 전했다.

공기업의 45.7%가 시행 중이라고 답해 채용할당제 시행에 가장 적극적이었으며 △대기업 21.1% △외국계 기업 9.3% △중견기업 6% △중소기업 4.8% 등의 순이었다. 여성 채용할당제를 시행한다는 업체가 26.8%로 가장 많았고 △지방대 할당제 21.1% △이공계 할당제 19.7% △장애인 할당제 18.3% 등이었다.

한국조폐공사의 경우, 2003년부터 여성 채용할당제를 시행해왔으며 LG전자가 지난해부터 여성 채용비율을 20%대로 끌어올리는 지침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기업은 이 같은 할당제에 대해 소극적이어서 채용할당제 시행 기업이 급격히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토익점수 비중 감소

대학생들의 부담으로 작용했던 토익(TOEIC) 점수에 대한 기업들 선호도가 확연히 떨어지고 있다. 두산그룹은 올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에서 토익 점수 자격요건을 '500점 이상'으로 내렸다. 대기업 대다수가 이공계는 620점 이상, 인문계는 730점 이상을 최저선으로 요구했던 종전 관례에 비춰볼 때 두산그룹의 채용방식은 파격적이었다.

인문계 학생들 지원이 많은 금융권도 토익 비중을 낮췄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토익 성적 하한선을 종전 800점에서 700점으로 낮췄다. 신한은행은 토익 성적에 일정 기준을 두지 않았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도 토익 점수 하한선을 600점대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토익 고득점자와 저득점자를 비교할 때 실제 채용된 후에는 뚜렷한 영어실력 차가 나지 않는다는 의견과, 영어를 쓸 일이 많지 않은 직군에 대해 굳이 높은 토익점수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이 같은 경향을 만들어내고 있다.

때문에 구직자들이 토익 점수를 더 올리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보다는 토익 점수가 일정 수준만 된다면 사회봉사활동, 기업 공모전 참여 등을 통해 다른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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