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내 인터넷 세상에서는 '사이버 여론재판'으로 떠들썩했다. 한 네티즌이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렸다는 20대 여성의 사진을 당시 상황설명과 함께 인터넷에 올렸던 것. 이에 네티즌들은 그녀에게 '개똥녀'라는 별칭을 붙이고 온갖 욕설과 비방을 퍼부었다.
이처럼 반론이나 해명 한마디 없이 네티즌들의 표적이 돼 불특정 다수로부터 사이버 테러를 당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관련뉴스 댓글에서는 비난의 내용을 넘어 인격을 짓밟는 수준의 글들로 도배되고 있다.
익명성을 내세워 심해지고 있는 사이버공간의 마녀사냥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일부에서는 언론과 포털사이트도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며 네티즌의 컴퓨터 자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불순한 의도를 경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견은 인터넷포털사이트의 설문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개똥녀 사건이 인권침해라고 보십니까?'라는 드림위즈의 설문에 응답한 네티즌의 75.21%(5천659명)는 "인권침해가 아니다"고 답했다. "인권침해다"고 응답한 비율은 22.62%(1천702명)였다. 반면 사이버 명예훼손의 대대적 단속에 대한 생각을 물은 미디어다음의 설문에서는 76.1%(3천215명)가 적절한 조치라며 찬성했다. 이 설문에서 댓글문화를 위축시킨다며 반대한 네티즌은 23.9%(1천7명)에 불과했다.
▒비도덕적 행위에 경종 울려
욕먹을 짓을 한 사람은 욕을 먹어 마땅하다. 일부 흥분한 네티즌들에 의한 과도한 인신공격은 자제해야 하겠지만 욕먹을 짓을 저지른 사람들의 그릇된 행동을 미화하거나 조장해서도 안 된다. 긍정적인 효과도 크다. 시민들 스스로 이기주의 및 비도덕적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물론 심한 행동도 있지만 덕분에 공공장소에서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한때의 사건으로 묵혔음 좋겠다. (woorisana, leoncanady)
▒사회적 경각심 위해 쓴소리
네티즌이 한 사람을 몰아넣어서 매도하는 것은 그 사람이 잘못해서 꾸짖는 것이지 평범한 사람을 나쁜 쪽으로 매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인이 있으니까 네티즌이 분노하고 화풀이하는 것이다. 네티즌이 마녀를 만들어서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이 마녀를 발견해서 법정조치는 아니지만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쓴소리 한마디 하는 것이 나쁜가?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는 법이다. 자신이 잘못해서 그런 걸 누굴 탓하겠나. (jang4809)
▒'네티즌 통제' 악용 우려돼
네티즌에게 실명제로 입을 막게 하고 인터넷종량제로 압박하려는 술수다. 개똥녀 사건을 빌미로 각종 신문의 논조가 갑작스레 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네티즌 여러분들, 이런 시도에 경계를 부탁드린다. 익명제에서도 욕먹지 않을 짓을 하면 뭐가 겁낼 필요가 있나. 공연히 바른말과 참신한 식견까지 눌러버리려는 구시대적 통제수단으로 악용되는 게 아닐까. 떳떳하고 당당한 열린사회로 발전하려면 이런 정도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kolder2, 211.60.65.XXX)
▒욕설·비난 난무 안타까워
개인이 인터넷으로 한 개인을 인격적으로 짓밟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사법제도가 무슨 필요가 있겠나. 경범죄건 무엇이건 간에 무조건 인터넷에 사진을 올려서 신원공개로 인신공격을 해버린다면 그 사람의 인권은 누가 어떻게 보호해주나. 정당한 비판은 지지하지만 어느 순간 보면 다들 이성을 잃고 온갖 욕설과 비난만이 난무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네티즌들이 스스로 깨닫고 알아서 처신하고 행동해야 한다. (zenolove, hayana100)
▒인터넷 실명제 등 특단 필요
진실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런 기사를 퍼나르는 인터넷 매체와 페이지뷰에 급급한 황색포탈, 그리고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마저 없는 네티즌들이 중세시대에나 있을 법한 마녀사냥을 정의의 이름으로 떠벌이는 웃지 못할 형국이 일어나고 있다. 자율성을 논하기엔 사이버명예훼손과 폭력이 도를 넘었다. 자율을 향유할 자격이 없는 사람은 통제뿐이다. 종량제든 실명제든 아니면 댓글 자체를 없애든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사이버폭력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처벌의지가 필요한 시기다. (koshzz)
▒인민재판식 비난 가혹
미성년자 성폭행범도 인터넷에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하기까지는 무수한 심의를 거치고,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개똥녀'라는 여자는 물론 잘못을 했지만, 이렇게까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인신공격을 당하고 얼굴이 알려지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다. 저 여자 이제 어떻게 살아가려나. 소설 주홍글씨가 생각난다. 솔직히 개똥녀나 여론 중 어느 쪽도 잘했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인민재판식으로, 당사자가 아니니까 무차별적으로 비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에는 질타를 가하지 않을 수 없다. (211.202.250.XXX, 61.100.73.XXX)
정리·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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