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의 한 상임중앙위원의 사퇴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난맥상을 보이는 정국을 풀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리라. 한 인터넷 뉴스에서는 집권당의 분열을 발 빠르게 예측 보도한 기사도 올라와 있다. 아마추어들이 정치를 시험삼아 한다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해방된 지 60여 년, 참 많은 장밋빛 구호들이 우리의 발 아래서 뿌리도 없이 짓밟히다 사라진 것 같다. 그렇게 많은 정치집단이 명멸해갔지만 오늘도 정치는 오리무중이다. 오리무중인 만큼 국가의 안녕은 먼 곳에 있고, 역사의 공간 한 쪽에 쭈그리고 앉은 우리네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다.
핏발 세우며 외치던 80년대의 민주도 이젠 견고히 자리 잡고, 동구권의 몰락으로 이데올로기의 극단적 대립도 기억 저편으로 물러난 지금, 대한민국은 어찌 아직도 이리 혼란스러운가?
해방 직후 김동인은 '망국인기'라는 소설을 발표했었다. 김동인은 소설 속 화자의 입을 통해 해방 전 문학에서 세운 위대한 업적과 조선어를 지키려 애쓴 노고를 들어 해방정국에서 국가가 자신을 위해 당연히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방 전 그가 친일을 한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나친 보상심리에 무게가 실리다 보니까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해방정국에서 김동인은 스스로 다시 나라 잃은 백성이 되어버렸다고 천명한다.
망국인이라 생각하는 김동인에게 있어서 해방은 역사적이지도, 민족적이지도 않은 허무와 패배만을 안겨준 무의미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내 거울을 가지고 타인을 보는 일은 잠시 멈추고 내 거울에 비친 나를 봐야 할 때다. 남의 불행이 곧 내 행복의 시작이라는 빗나간 망발도 있지만, 필요하다면 국적을 포기하겠다는 대학생이 60%가 넘는다는 참담한 소리도 들린다. 이익을 쫓아 근원도 쓰레기처럼 버릴 수 있는 시대에, 국가와 민족의 분열에 공동의 책임이 있는 우리, 다시 김동인같이 스스로 나라 없는 백성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상래 영남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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