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식의 발견-한국지식인들의 문제적 담론 읽기

고명섭 지음/ 그린비 펴냄

'민족'이란 무엇인가. '민족주의'란 또 무엇인가. 지난 100년동안 수없이 반복된 이런 질문에 지난 세기말 이후 새로운 답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민족은 없다', '민족은 반역이다'는 주장들. '탈민족주의'의 거센 회오리 속에 지난 100년 지위를 누려온 '민족주의'는 시효만료된 낡은 용어로, '쿨'하지 않은 구닥다리 개념으로 치부되려 한다. 저자는 이 같은 움직임에 반론을 펴고 있다. 바깥에서 들이닥친 어떤 유행병에 걸려 민족과 민족주의를 서둘러 폐기처분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며 반기를 든다.

그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물론 이 같은 혼동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같은 어원(네이션'nation)에서 나온데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서 민족주의는 식민지 해방운동과 민주화운동의 동력이 되어왔다. 반면 국가주의는 수사학적으로 민족주의를 내세우면서 속은 민족주의 세력을 압살하는 원인이 됐다. 이제 둘을 분리할 때다. 그래야 친일논리를 '민족주의'로 가장하는 친일 세력에게 속거나 친일적 부르주아지를 '민족주의자'로 잘못 불러 민족주의자들을 적대시했던 지난 과거의 오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19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담고 있다. 지난 2년 가까이 월간 '인물과 사상'에 연재됐던 글들이다. 이 가운데는 '민족주의'의 의미와 역할을 조선 말기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속에서 살펴보는 서중석의 '배반당한 한국민족주의', 단순히 창씨개명 여부와 작품을 일본어로 썼는지 한글로 썼는지의 여부로 '친일' 문인을 가려온 기존의 친일범주화에 문제를 제기하는 김재용의 '협력과 저항', 서구식 근대와는 전혀 다른 보편적 근대를 주장하는 김용옥의 '독기학설' 등이 포함돼 있다.

저자는 이를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눠 다뤘다. 민족주의'국가주의'친일의 문제(제1부), 근대성과 계몽의 문제(제2부), 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새로운 정치와 사회'지식의 문제(제3부)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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