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의 저자-장편소설 '광마잡담' 펴낸 마광수씨

현대인의 욕망-현실 양다리 조롱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 이후 13년, 재판과 사회적 냉대와 우울증으로 40대를 보낸 작가 마광수가 새 장편소설 '광마잡담'과 신작 에세이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를 동시에 출간하면서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10년 전, 픽션에 대해서조차도 "대학교수가 어떻게 저런 책을…"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마 교수의 작품을 바라보았던 평자들이라면, 그의 재기의 몸짓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다양성의 필요를 강력히 주장했고, 예술에 있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를 무성케 했던 '사라'의 연인 마광수. 미친 말(狂馬) 같은 작가는 사라져주길 바란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는 결코 변하지 않았음을 이번 작품을 통해 웅변하고 있다.

장편 '광마잡담'에는 마광수만의 의도적인 천박함과 직설적인 서사가 가득하다. 에세이집은 욕망과 현실 사이에 적당히 양다리를 걸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조롱하고 있다. 자신의 창작 의지를 꺾어버렸던 법의 잣대에 대한 마광수의 '깡'인가.

그는 "야하디 야하게 살자"를 전면에 내세우며 다시 한 번 우리의 기존관념을 깨뜨려버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솔직한 사랑'의 메신저임을 자처하는 그가 '광마일기'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에 이어 내놓은 장편 '광마잡담'은 발칙한 상상력의 극치를 보인다.

설화적 모티프를 이용하고 의식의 흐름에 충실한 전개가 돋보이는 아홉 작품에 걸쳐 변주되는 독특한 형식의 장편소설이다. 상상력이 시키는 대로, 의식이 향하는 곳으로 작품을 전개시키는 까닭에 원초적인 날것 그대로의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작품 해설을 맡은 연세대 김성수 교수(문학평론가)는 작가가 추구하는 현대판 전기소설의 실험에 주목하며, 사소설 기법의 도입이나 가벼움의 서술미학, 그리고 관능적 상상력의 글쓰기를 현대문학의 흐름에서 흥미로운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에세이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는 청년시절 작가의 고민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집필한 미발표작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작가의 핵심사상인 에로티시즘적 사고를 바탕으로 현대인의 이중적인 의식구조와 지식인들의 표리부동한 모습들을 나름대로 비판하고 있다.

책 표제에서 보듯 '자유 없는 진리보다 진리 없는 자유를 택하겠다'는 마광수의 열망으로 채워진 신작 에세이이다. 그는 여전히 소수자의 취향을 억압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추잡하고 더러운 것으로 규정짓는 사회풍토를 개탄하고 있다.

그는 1992년 '즐거운 사라' 필화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되면서 연세대에서도 해직되는 불운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6년 만에 사면 복권되었고, 이제 장편과 에세이를 출간하면서 다시 독자들에게 자신의 재기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13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 독자들은 광마(狂馬) 마광수와 그의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할지 궁금하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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