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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제…식당 울고, 관광 웃고

오는 7월 주5일 근무제의 본격 실시를 앞두고 관련 업계의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식당업계는 당장 죽을 맛이다. 시청, 구청 등 관공서나 업체 인근에 자리한 식당일수록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토요일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는 곳도 수두룩하다.

9일 오후 대구시청 인근 한 식당 업주는 "금요일 오후부터 빈 자리가 휑하고 토요일은 개점휴업 상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3천~5천 원짜리 점심 손님이 대부분인 이 식당은 주5일 근무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가뜩이나 정부에서 자영업 규제를 한다는데 공무원 손님만 바라보는 우리는 이래저래 죽을 맛"이라고 푸념했다.

대구 범어동 법원 인근의 한 식당 업주도 주말 계모임 손님 등으로 겨우 손실을 메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소규모 배달식당은 문을 닫아야 할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고 가게를 내놓으려는 업주들도 여럿"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관공서가 밀집한 시내 한 식당업주도 "이러다간 구조조정이라도 해야할 판인데 주5일제가 식당 아르바이트 주부들의 일자리마저 뺏는 꼴이 아니냐"고 걱정했다.

손님들이 몰려들 것 같은 스포츠센터는 정작 시큰둥한 반응이다. 도시민들이 주말이면 외지로 빠져나가는 판에 주5일 효과를 실감하기 어렵다는 것. 시내 한 스포츠센터 관계자는 "여름철 성수기다보니 회원들이 몰리는 것일 뿐 젊은층을 빼고 나면 새로 유입되는 회원은 별로 없다"고 했다.

반면 관광업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6~8월 성수기를 맞은 관광업계의 올 여름은 주5일제 특수로 더욱 뜨겁다. 중구의 한 관광업체는 올 8월까지 제주도 관광표가 모두 매진됐다. 이 업체 팀장은 "주5일제 이후 성수기와 비수기 구분이 없어졌다"며 "금요일 저녁에 출발, 일요일 낮에 돌아오는 제주도 표는 일찌감치 팔렸고, 관광 유형도 예전 유명관람지 위주에서 테마 여행쪽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공무원과 300인 이상 업체들은 의무적으로 주 5일제를 시행해야 한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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