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살았어야 했는데…."
9일 오전 10시 대학생 이모(18'계명대 1년)군은 119 구급대원과 의사들의 눈물겨운 도움에도 불구하고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이군은 지난 8일 오후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인문대 앞 의자에 앉아있다 갑자기 쓰러졌고 119 구급대원들에 의해 대구가톨릭대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해 말부터 복싱을 배우기 시작한 이군은 전날 스파링을 하다 머리를 맞아 두통을 호소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여왔다는 것.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이군은 동공이 열려 있었고 혈압이 60 이하로 떨어져 쇼크상태로 사망 직전이었다. 더욱이 신원조차 밝혀지지 않는 '무명남'으로 보호자도 없는 상태였다.
응급실 당직의사는 '보호자 동의나 치료비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며 이군에게 숨을 쉬도록 기도를 확보한 뒤 수액을 공급하는 등 응급조치를 했다. 머리부분을 CT(단층촬영)로 찍은 결과 '경막 하출혈'임이 확인돼 1시간쯤 뒤 신경외과에서 수술을 받도록 했다.
신경외과 수술팀은 김군의 뇌 정맥이 터지고 출혈이 심해 뇌가 한쪽으로 밀리는 위급한 상황에서 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마쳤다. 수술팀은 '기적이 일어난다면 혹시 살 수도 있겠구나!'라며 마음으로 기도했지만 이군은 다음날 회복하는 과정에서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응급의학과 의사 이경원씨는 "신원 확인도 되지 않는 환자였지만 수술을 받도록 한 것은 의사로서 당연한 도리"라며 "출혈이 심해지기 전에 조금만 일찍 병원에 왔더라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군의 아버지(43)는 "끝내 숨져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지만 아들을 살리기 위해 도와준 사람들에게 고맙고 큰 신세를 졌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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