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북대 고시반 청운재.
바깥 잔디밭에서는 남녀학생들이 삼삼오오'낭만'에 젖어 있지만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고시반원들은 높다랗게 쌓아 올린 책과 씨름하고 있었다. 청운재 식구는 154명. 이곳 말고도 홍인재에도 30명이 사시를 준비하고 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책만 파고 산다.
'한판 승부'에 올인하는 사법시험 준비생들. 시험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사시에 많을때는 3만명, 적어도 1만5천명 이상이 응시한다. 하지만 겨우 1천명만이 '좁은 문'을 통과할 뿐이다.
2008년 첫 로스쿨 신입생이 생겨나고 그들을 대상으로 2011년 새 법조인 자격시험이 치러지면 '청춘을 불사르게 한 사시'는 역사의 장으로 사라진다. '망국적이다'고까지 표현하는 '고시 낭인(浪人)' 역시 자취를 감출 것이다.
"여자가 왜 어려운 사시를 하냐구요.법조인이 되고 싶어서죠. 여성으로서의 핸디캡에다 취업난, 전문직의 매력 때문에 시작했어요."
법학과 4학년인 김미주(여.24)씨. 사시 1천명 시대에는 꿈이 현실이 될 가능성도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시간이 많지 않다. 3~4년내에 '승부'를 내야 하기에 그렇다.
로스쿨이 고시반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당장 법학과나 신입생들은 사시 응시생이 없다. 40명이 입실해 있는 영남대 천명재의 경우 1, 2학년생들은 아예 없다. 모두가 3, 4학년들이거나 졸업생들이다. 경북대도 사시 응시생들이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 해나 올해 졸업한 사시 준비생들은 절박하다. 2012년까지는 '끝장'을 내야 하기 때문.
"로스쿨이 사시 준비생들에게는 의미가 없어요. 사시 준비생들은 더 불리할 수 밖에 없죠."
이경태(33)씨는 법조인이 되고 싶어 다른 학과에 다니다 법학과에 들어왔다. 고시 준비하느라 학점 관리는 뒷 전이다보니 학부 성적, 외국어 능력, 적성검사, 사횔활동 경력 등으로 선발할 로스쿨에는 희망이 없다. 또 학비도 엄청날 것이란 전망이 로스쿨을 '그림의 떡'으로 만들고 있다.
법학을 전공하는 1~2학년생들 사이에서도 로스쿨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일단 사시를 하겠다는 준비생들이 대폭 줄었다.
경북대 법학과 1학년 김모(20)씨.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사시를 해 볼 생각이었는데 이제 상황이 바꼈어요. 부모님이나 주변에서는 졸업과 동시에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1~2학년들은 사시에는 관심이 없고 로스쿨 진학 여부에만 관심이 있고 고민을 하고 있어요."
10년째 사시 공부를 하고 있는 영남대 사시반 류모씨(39). "1차 시험은 합격하기도 했지만 실패하다 보니 늦은 나이에 직장을 구할 수도 없고 오기도 생겨요. 빨리 합격해 이곳을 나가는 수밖에 없어요."
일반 직장인들은 로스쿨 도입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 온라인상에는 벌써부터 '사법고시연구회' 같은 '로스쿨준비위원회'까지 생겼다. 회원도 수천 명에 이른다. 미국과 일본의 기출문제도 떠다닌다.
일부 사시 준비생 역시 로스쿨 도입을 환영하는 눈치다. 합격하지 못하면 아예 공부를 접고 로스쿨에 진학할 생각을 하고 있다. 영남대 사시반 이모(25)씨. "다방면에 재능이 많은 사람들이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운명을 결정지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죠. 10~15년씩 법전 들고 고시촌 귀신으로 떠도는 사람들도 많이 봤어요. 사시준비생들도 시험제도가 국가적 낭비란 생각은 다들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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