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정상회담과 북핵 6자회담 전망

"이제는 그야말로 북한이 대답할 차례다.

"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10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보고 정부의 한 핵심 당국자는 이렇게 진단했다.

이날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평양 당국이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서로 의견을 모은 부분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불용(不容) 의지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음은 북한의 핵무기 포기시 대북 다자안전보장과 실질적 에너지 지원, 북-미관계 개선 등을 제공하되,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자체를 위해서 별도의 유인책을 제공하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두 정상의 이 같은 합의는 양국의 기존 입장을 '재정리'한 수준으로 평가되기는 하지만, 북핵 문제가 중대한 국면에 처한 현 시점에서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부시 미 행정부를 포함한 미국 조·야에서 대북 강경파들이 '6자회담 무용론'과 대북 압박 및 제재의 필요성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목소리를 높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합의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경파와 협상파 사이의 갈등에서 일단 협상파의 손을 들어주고, 외교적 해결을 모색할 시간을 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이날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자극할 만한 발언은 삼가고, 가급적 6자회담 재개의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모습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이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데 이어, 언론회동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또다시 '미스터 김정일'이라고 호칭했는가 하면,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양국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협의하지 않은 것 등이 그런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핵 문제에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북한의 인권문제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그다지 심도있게 논의되지는 않았으며 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미측의 이해를 얻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상황 악화시에 대한 협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방안을 얘기하지 않았다"며 "상황 악화를 전제로 양 정상 간 토의가 알려질 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유리한 분위기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 협의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거나,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를 실제로 취할 경우 그때 가서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공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두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무엇보다 지난 6일 북-미 뉴욕접촉을 통해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시사하는 등 다소 긍정적 변화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내놓은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그리고 6자회담 복귀를 어느 시점에 선언할지 여부다.

이에 대해 북한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쩌면 이번이 북한에게는 평화적·외교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하는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6자회담 복귀 수순을 밟아 나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이 이번 기회마저 흘려 버릴 경우,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 그동안 북한의 입장을 비교적 배려했던 참가국들마저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계속해서 설득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다.

특히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지난달 31일 부시 대통령의 '미스터 김정일' 언급에 이어, 부시 행정부의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6자회담에 복귀할 명분으로 작용할 공산이 적지 않아 보인다.

물론 두 정상이 확인한 6자회담을 통한 해결 원칙은 북한의 회담 복귀를 무한정 기다리겠다는 것이 아닌 만큼 북한의 조속한 결단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오는 26일이 제3차 6자회담 중단 1년이 되는 만큼 그 시점을 전후해 북측의 결단 여부가 주목되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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