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가까이 가기 어려운 '무서운 이미지'는 언제부터인지 간 데 없이 사라졌다. 대신 삶의 무게에 지친 모습으로 다가온다.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아버지도 늘상 힘든 생활에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희생하고 헌신하는 어머니 이미지가 아버지에게 옮겨가는 셈이다. 아들 딸을 생각하면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아버지이기에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격려가 따른다.
쪊아버지와 아들은 생김새도 붕어빵이지만 삶도 떼놓을 수 없는 사이다. 법적으로는 연좌제란 무시무시한 제도가 사라졌다지만, 주변 사람들의 머리에는 연좌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버지의 잘잘못은 아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지고 아들의 일탈은 아버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좀체 달라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관행이다.
쪊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의 두 번에 걸친 낙선은 아들의 군 미필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아버지 후광으로 야당 대표까지 오른 박근혜 대표에겐 아버지 박정희가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은 국회의원 출마를 앞두고 터진 비자금 사건으로 꿈을 접어야 했다. 해방 전 아버지의 친일로 여당 대표는 낙마하기도 했다. 아버지의 친일 여부를 놓고 시비를 벌이는 김희선 의원에게 야당은 '독립운동가의 보훈과 유공을 담당하는 국가보훈처를 감시하는 국회 정무위원장은 불가하다'며 사퇴를 요구한다.
쪊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이 최근 경기도 연천군 일대 땅 1만6천평을 매입한 것이 전국 신문의 주요 뉴스가 됐다. 일부 임야와 밭은 부인과 딸 명의로 매입, 등기 이전을 마쳤다. 이들 토지는 임진강을 접한 데다 도로를 끼고 있어 이 일대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곳 중 하나라고 보도하고 있다. 아버지 전두환 전 대통령은 돈이 없다고 버티는데 아들은 무슨 돈이 그리 많아 비싼 땅을 사들였느냐는 비아냥이 담긴 뉴스다.
쪊아버지와 아들의 연결고리는 끝이 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풍수나 사주 명리학에선 조상의 음덕을 최고로 친다. 남모르게 한 조상의 선행이 자손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고 한다. 당장 아들 딸 식구들의 삶을 책임지는 일도 쉽지 않은 터에 훗날까지 생각해야 하는 아버지의 삶은 이래저래 고달프고 힘든 나날을 피할 수 없는 세상이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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