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EBS 수능강의가 시작되면서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어떤 이들이 강의를 맡게 되느냐였다. 전국에 산재한 실력 있는 교사들에서부터 수도권의 인기 학원 강사에 이르기까지 공'사교육을 통틀어 과목별로 막강 강사진을 갖출 것은 분명한 일. 막상 뚜껑이 열리자 한 사회탐구 강사의 특이한 이력에 눈길이 쏠렸다. 지방 학원 출신으로 유일한 전한길(35) 유신학원 이사장이었다. 그는 EBS 수능강의 때문에 교재 출판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와중에도 출판사 에브라임을 굳건히 지켜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그에게 사회 과목 공부 방법에 대해 들었다.
- 사회 과목은 지겹다는 이야기들이 적잖은데.
▲ 단순히 암기 과목으로 여기면 공부가 힘들 수밖에 없다. 어떤 과목이든 왜 공부를 해야 하고 앞으로 어떤 도움이 될지 충분히 생각한 뒤에 시작하면 한결 도움이 된다. 가령 역사 공부의 의미와 중요성을 인식한 뒤에 책을 잡게 되면 역사는 결코 지겨운 과목이 아니다. 사회탐구가 가장 하기 싫다고 하던 학생들 중에 내 강의를 들은 뒤 자기가 좋아서 역사나 지리 등의 학과에 진학한 경우도 많다.
- 그래도 암기과목이지 않은가.
▲ 과목 특성상 암기해야 할 내용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나면 어느 정도는 외워진다. 그밖에 필요한 부분들을 정리해 암기하면 된다. 사회 과목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관련된 공부거리들을 많이 찾을 수 있으므로 가정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접근이 쉬워진다. 예컨대 가족 여행을 가더라도 먹을 것, 놀 것만 찾을 게 아니라 역사 유물이나 유적지 등의 답사를 할 수 있다면 역사나 지리 공부에 그만큼 흥미를 갖게 된다.
- 사회 과목에 자신감을 가지려면.
▲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우엔 국어나 수학 등의 과목 못지않게 지리, 사회 등을 중시한 초등학교 4학년 때 선생님 덕분에 장래가 결정됐다고 할 수 있다. 쪽지시험을 자주 쳤는데 조금만 공부해도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 방학 때 사회과부도를 보면서 역사연대표, 세계의 수도, 국내 지형 등을 외우고 나니 사회 과목이 즐거워졌다.
- 수능시험에서 사회 과목은 어떤가.
▲ 단기간에 암기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올해 경우 사회탐구의 난이도가 높아질 것이 확실시되는데 암기나 문제풀이 테크닉으로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은 주로 실생활과 연관시켜 적용하는 문제와 자료분석형 문제다. 실생활 적용 문제는 기초지식과 상식이 풍부하지 않으면 풀이가 까다롭다. 자료분석형은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자료가 주는 의미를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금방 생기는 것이 아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 모의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던 학생이 실제 수능을 망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왔다. 지나고 보면 맞힐 수 있는 문제를 놓쳤다며 안타까워하고 재수를 선택하기도 하는데 신유형, 응용문제 등은 기본적인 대처 능력이 없으면 계속해서 틀릴 수밖에 없다. 어려서부터 꾸준히 책을 읽고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다. 신문을 읽어서 시사적인 내용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다.
- 좀 더 실전적으로 얘기한다면.
▲ 수험생의 경우 2학기에 가서 공부하면 늦다. 평소에 꾸준히 해야 한다. 고교 1, 2학년생들도 일찌감치 사회 과목 공부를 충실히 해야 한다. 문제풀이에 매달리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수능 출제위원들은 교과서와 자신의 연구서적을 들고 출제에 들어간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기본 내용에 충실해야 한다. 특히 윤리나 국사처럼 국정 교과서가 있는 과목은 교과서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BS 교재도 봐야 한다. 출제위원들이 근거로 삼기 때문이다.
- 수능시험에서는 선택과목이 다양한데.
▲사회탐구는 11개 과목 중에서 최대 4개까지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적성과 지원하려는 대학'학과와의 연관성,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 점수 따기 쉬운 것 등을 고려해 어느 과목을 선택할지 결정하면 된다. 흔히 거꾸로 따져가는 경향이 있는데 장래 사회생활의 필요를 감안하면 어떤 기준을 택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논술과 심층면접에서는 사회 과목이 어떤 의미를 갖나.
▲ 지금도 그렇지만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시에서는 논'구술 등 대학별 고사의 비중이 높아진다. 흔히 이에 대한 대비라면 단기적인 글쓰기 교육을 생각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 학생들이 수시모집에 취약한 것도 논술과 심층면접에 대비한답시고 글쓰기 훈련에만 매달리기 때문이다. 폭넓게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세 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사회 과목 공부도 이런 의미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사진: 경북대 지리학과와 교육대학원을 나와 현재 지리학과 석사과정에 다니고 있는 전한길 이사장. "가장 잘 할 수 있고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사회과 강사가 됐다"는 그는 "재미만 붙이면 사회만큼 공부하기 쉬운 과목도 드물다"고 말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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