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재산과 비자금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재산환수 소송이나 검찰 수사기록 등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은닉재산 추정은 '숨은 그림찾기'=김 전 회장은 1999년 7월 대우그룹 자구대책을 발표할 당시 '전 재산'을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한 탓에 공식적으로는 국내에 재산이 없다.
당시 김 전 회장이 담보로 내놓은 재산은 교보생명·대우중공업·쌍용자동차·대우개발·대우증권 등 계열사 주식 5천142만 주(당시 평가액 1조2천553억 원)와 경남거제도 임야 12만9천 평(452억 원)이었다.
서울 방배동 자택만 유일한 재산이었다
그나마 남아 있던 방배동 자택도 2002년 4월 서울지법 경매에서 48억1천만 원에 낙찰됐고 숨진 큰아들이 묻힌 안산농장도 경매에 넘어갔으며 부인 정희자씨 소유의 서울 힐튼호텔도 오래전에 처분됐다.
예금보험공사는 2001년 11월 김 전 회장이 1천400억 원대 재산을 은닉했다며 아내 정씨와 두 아들 명의로 된 포천 아도니스 골프장 지분 81.4%(추정시가 172억 원)와 두 아들 명의의 서울 방배동 토지(시가 30억 원), 딸 명의의 이수화학 주식 22만5천주(당시 시가 22억 원) 등을 공개했다.
2002년 8월에는 김 전 회장의 주식과 부동산 623억 원을 예보가 가압류했다.
하지만 아도니스 골프장과 방배동 토지, 이수화학 주식 등은 김 전 회장이 명의만 가족 앞으로 해둔 재산이 아니라 적법하게 증여한 것으로 법원에서 결론났고 다른 의혹재산에 대해서도 대리인이 예보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은닉재산으로 명백하게 법적 결론이 난 재산은 없는 셈이다.
김 전 회장의 이런 재산상황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떠돌며 재기를 시도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 전 회장이 어떤 자금으로 이런 활동을 벌이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어서 진짜 '빈털터리'로 단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 한 TV방송이 김 전 회장 일가가 국내에 1천억 원대 재산을 보유하고 있고 정희자씨가 운영하는 필코리아(옛 대우개발)도 케이만 군도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인 퍼시픽인터내셔널의 지분을 90% 이상 확보했다며 자금원이 김 전 회장쪽인 것으로 의심했다.
정씨는 최근 모 방송사 인터뷰에서 "김 전 회장이 이미 재산의 전부를 사회에 헌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닉재산이 없음을 주장했다.
◆BFC 통해 비자금 조성 가능성…대우 측 '사실무근'=김 전 회장이 영국의 대우그룹 비밀금융조직인 BFC를 통해 관리한 자금은 200억 달러(당시 환율로 25조 원)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내역을 보면 해외 유령회사에서 물건을 수입한 뒤 수입대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조성한 26억 달러, 해외 현지법인들의 자동차 판매대금을 국내를 거치지 않고 BFC 로 직접 송금한 14억1천만 달러, 해외법인 명의로 현지 금융기관에서 빌린 157억 달러 등이다.
이 중 해외공장 인수와 운용에 투입된 자금과, 해외차입금, 이자를 제외한 돈이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연간 생산능력 27만대로 가장 큰 해외공장인 폴란드 FSO에는 대우중공업이 1억1천490만 달러, ㈜대우는 4천450만 달러를 투자했고 상용차 공장인 폴란드 DMP도 양사가 2천700만 달러씩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마니아 합작회사 '로대'에도 대우중공업이 1억5천600만 달러를 투입했고 우크라이나 오토자즈(AvtoZAZ)에는 대우중공업이 1억4천만 달러를, 인도와 우즈베키스탄공장에는 ㈜대우가 1억7천만 달러와 1억 달러를 각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으로 당시 10여 개 자동차 공장 건립에 들어간 초기 투자액은 10억 달러 정도로 전자·중공업 등 다른 업종의 투자액과 운용·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대우가 합작회사 설립 등 해외사업 투자에 들인 돈은 3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BFC 관리자금 200억 달러에서 해외금융기관에 반드시 갚아야 할 차입금 157억 달러와 해외사업 투자에 들인 30억 달러를 제외하면 13억 달러(당시 환율 1조5천억 원)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돈 가운데 일정액수를 해외 차입금의 이자로 갚고 나머지를 비자금으로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하지만 대우 측 관계자는 "BFC자금 사용처는 증빙자료가 모두 갖춰져 있고 이는 금감위 실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며 비자금설을 일축하고 정치권 로비의혹에 대해서도 "대우그룹 문제가 뻔히 불거진 상황에서 어떻게 로비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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