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징어 명장'을 아시나요?

"이 작업한 지 한 20년도 넘었어. 이 분야에서는 아마도 내가 명장(名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걸?"

오징어 건조 과정에서 찢기고 살점이 뜯겨나가는 일이 많다. 이런 오징어의 하자 부위를 땜질해 완제품으로 변신시키는 '외과 수술'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 7일 오후 영덕의 한 바닷가. 70대의 할머니 한 분이 반 건조된 피데기 덕장을 돌며 하자 있는 상품을 골라 내자 다른 할머니가 빠른 손놀림으로 하자 부위를 완벽하게 땜질했다(사진). 땜질 작업에 걸리는 시간은 10~30초 정도.

장비는 나무 도마와 예리한 칼, 망치가 전부. '수술대'에 오르는 오징어는 내걸린 반건조된 오징어 가운데 살점이 뜯겨 나갔거나 찢어진 것들이다. 오징어 한 마리를 골라 필요한 만큼 칼질해 하자 있는 부위에다 놓고 망치질을 하는 땜질방식을 거치자, 구멍난 부위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보기에도 좋은 상품으로 변했다.

도마에 오징어를 올려 연신 망치질을 해대는 한 할머니는 "수술은 원료 작업 후 물기가 있는 이틀 내에 마쳐야 한다"면서 "그 이후부터는 원료가 너무 말라 작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이런 작업을 하지 않은 하자 있는 오징어는 중간도매상들이 쳐다보지도 않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며 "수술된 오징어는 정상품보다는 싼값에 상인들에게 팔리지만 어느 곳을 통해 누구에게 최종적으로 판매되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옆에서 작업을 도와주던 70대의 할아버지는 "사람도 아프거나 하자 있으면 수술을 하지 않느냐"며 "오징어 외과수술은 살점을 떼내 붙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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