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도심속 생태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녹색학교 조성사업, 푸른학교 가꾸기 운동, 생명의 숲 학교 숲 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통해 학교가 학생들뿐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작은 숲'으로 조성되고 있는 것.
'학교 숲'은 자연과 어울릴 기회가 부족한 도시 아이들에게는 생태교육의 장이 되기도 하고, 인근 주민들에게는 공원의 역할을 해 인기 만점이다. 하지만 아직 대구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관심이 부족한데다 애써 만들어 놓아도 미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유지'관리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학교의 몫으로만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높다.
▲학교 숲 실태
과거 교육청에서 추진한 사업은 '푸른 학교 가꾸기'. 이는 학교 운동장에 푸른 녹음 공간을 만들어 학생과 지역주민들에게 푸른 그늘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모두 182개의 학교에 18억2천만 원을 들여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회화나무, 벚나무 등을 심었다.
지금은 '녹색학교 조성사업'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단순히 녹음을 조성하겠다는 차원을 넘어서 생태연못을 만들고 자연학습장 등을 조성해 학생들에게 자연친화적 학습 공간을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에서다. 송현초교, 매천초교 등 5개 학교가 이미 공사를 마쳤으며 내년까지 추가로 25개 학교가 도심 속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시민단체인 '대구 생명의 숲'이 정부의 지원을 얻어 학교 숲 가꾸기 운동에 적극 나서 현재까지 11개 학교가 변신에 성공했다.
▲학교 숲 왜 필요할까
'학교 숲 가꾸기'는 1996년부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자연과 접할 기회가 부족한 도시의 아이들에게 일상생활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생활공간인 학교를 숲으로 바꿔주자는 제안이었다.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등지에서 1990년부터 성공적으로 정착된 사회운동을 모방한 것이었다. 학교 운동장의 일부나 사용하고 있지 않은 학교내 공간을 할애해 숲을 조성하고, 텃밭을 가꾸고, 생물서식공간을 조성하고, 학생들을 위한 휴식공간을 만드는 등 형태도 다양하다.
'학교 숲 가꾸기'사업은 단순히 도심에 휴식공원 하나를 늘린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자연과 생명,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생태학습장을 만들어줌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공생 관계에 이해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연못에서 개구리밥이 커 나가는 것을 관찰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하겠다는 것. 삭막한 콘크리트 공간에 둘러싸인 학교보다는 미관상 뛰어날 뿐 아니라 나무를 통한 자연 소음 방지와 대기정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환경개선의 효과도 크다. 거기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장이 되기도 한다.
▲개선점
하지만 학교 숲 가꾸기는 마냥 큰 나무를 심고 보기 좋은 정원을 조성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생태의 순환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생명과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겠다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과정'자체가 소중한 교육 현장이 되기 때문이다. 신현탁 대구 생명의 숲 대표는 "많은 예산을 들여 그럴듯한 외양을 만드는데만 치중할 게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하고, 가급적 작은 나무를 심어 나무의 생장과정을 관찰할 수 있게 하는 등 좀더 세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협조도 절실하다.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학교 숲을 주민들에게 개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가 짓밟히고, 쓰레기가 넘쳐나고, 시설물이 훼손되는 사례가 빈번한 것. 노창수 대구교육청 토목담당은 "학교 숲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시민공원일 뿐 아니라 우리의 자연을 되살릴 생태 거점이 될 것"이라며 "더욱이 자녀들이 뛰노는 공간인 만큼 시민들이 먼저 아끼고 가꾸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 학교 숲은 조성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하고 관리와 보존에 시민들이 동참하는 등 다양한 과정을 통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가는 일이 중요하다. 사진은 태전초교에 만들어진 연못 모습.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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