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서신문/김첨지 인터뷰

Q. 안녕하세요, 김첨지씨. 대구 동중 신문사에서 나온 현희홍 기자라고 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서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리려고 하는데, 인터뷰에 응해주시겠습니까?

A. 그럼요.

Q. 인력거를 몰아서 생계를 유지하신다고 들었는데, 왜 하필이면 인력거를 선택하셨나요?

A. 저도 인력거를 끌고 싶어서 끄는 것은 아니지요. 인력거는 단지 저의 힘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제 발품만 판다면야 어떻게든 돈을 벌 수 있어서 선택하게 된 겁니다. 물론 저를 받아줄 곳도 없고요.

Q. 아내의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으로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A. 아무리 아내에게 욕지거리를 한다고 하지만, 아내는 아내고 전 그를 사랑했지요. 다른 건 다 견딜 수 있었지만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Q. 죽고 싶다는 생각이 언제 제일 간절하게 들었나요?

A. 글쎄요, 솔직히 말하자면 매 순간순간이 저는 살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어린 개똥이를 보면서라도 희망을 가졌지요. 개똥이의 미래만큼은 밝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Q. 병이 생기면 약을 먹어선 안 된다는 신조를 지금도 가지고 있나요?

A. 그 신조를 완전히 버렸다고는 장담 못합니다. 하지만 약을 써서 아내의 병세가 좋아질 수 있다면, 써보고 싶습니다. 돈이 얼마가 들든지 말입니다.

Q. 운수 좋은 날, 김첨지씨에게는 가장 운수가 나쁜 날로 기억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승객들 중 김첨지씨에게 가장 모욕감을 준 승객은 누구였나요?

A. 그때 그 하루는 기억하기 싫습니다. 그래도 저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건 아무래도 기생같이 생겼던 여학생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일본식 버들고리짝에 굽실거리면서 손을 대었을 때는 생각할수록 저를 비참하게 만드는군요.

Q. 김첨지씨에게 돈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A. 육시를 할 존재이지요. 솔직히 모든 원인은 돈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돈이 넉넉해서 아내에게 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보다 더 좋은 음식, 보다 더 좋은 옷을 입혀줬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곁을 떠나갔다면 마음이 덜 아팠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Q. 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괜히 제가 김첨지씨의 안좋은 기억들만 들춰낸 것은 아닌가 죄송스런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A. 괜찮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저의 짧은 인터뷰가 도움이 되셨으면 하네요.

현희홍기자(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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