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20일 청와대에서 만나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그동안 미묘한 양국 관계로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지만 다행히 하루 일정으로 열리게 됐다. '셔틀 외교'로 번갈아 양국을 오간 전례에 따라 지난해 12월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이후 6개월 만이다. 그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는 양국의 당면한 현안들이 이번 회담을 통해 상당히 풀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 개최 여부를 두고 일본 측에 개최 사실을 통보하기 직전까지 많은 고심을 한 흔적이 역력하다. '3대 현안'인 독도 영유권, 왜곡 교과서 등 과거사 문제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일본 측이 여전히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이를 둘러싼 양국 실무진들의 협상마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최근 일본유족회의 "주변국을 배려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자제하라"는 요구조차 거부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열리는 이번 회담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신사참배에 대한 과감한 용단을 비롯, 진전된 결과를 양 국민에게 보여주는 게 마땅하다.
물론 얽힌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열쇠는 당연히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상처를 내기보다는 어루만져 주는 슬기도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지금 북한 핵 문제로 신경을 곤두세워 놓고 있다. 이런 시점에 한일 정상이 만나 솔직히 나눈 대화는 국제사회에서도 당연히 아주 요긴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정상회담을 갖기 전부터 정상회담 무용론이 터져 나오겠는가.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협력 방안 등 멀고도 가까운 '현안'들이 풀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게 양 국민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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