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나이지리아에 기적의 역전승

후반 5분 남기고 2대1 승…박주영·백지훈 골

한국이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나이지리아를 격파했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청소년축구대표팀은 16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 에멘의 에멘스타디움에서 열린 2005세계청소년(U-20)축구선수권대회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0-1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44분 박주영의 동점골과 종료 직전 인저리타임 백지훈의 역전골로 거짓말같은 2-1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13일 스위스에 1-2로 진 한국은 이로써 1승1패를 기록해 이날 브라질에 0- 1로 패한 스위스(1승1패)와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에서 앞서 선두 브라질(1승1무) 에 이어 조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오는 18일 밤 11시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이기면 무조건 16강에 자력 진출하고 비기면 같은 시간 나이지리아-스위스전 결과에 따라 조 2위나 3위로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젊은 태극전사들의 투혼이 믿을 수 없는 '기적의 3분'을연출해낸 한편의 드라마였다.

박주영은 후반 팔이 탈골되는 아픔을 딛고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뽑아낸 뒤 백지훈의 역전골에 디딤돌을 놓는 슈팅으로 투혼을 불살랐다.

박주영-신영록-김승용을 스리톱에 놓고 포백을 가동한 한국은 킥오프 직후 치네두 오그부케, 솔로몬 오코론쿼에 연속 슛을 허용해 불안하게 출발했다.

호흡을 가다듬은 한국은 전반 6분 골키퍼와 공중볼을 다툰 김승용의 헤딩슛이골 포스트를 비켜가고 6분 뒤 오른쪽 사각에서 박주영의 슛이 힘없이 골키퍼 손에걸려 초반 찬스를 놓치더니 전반 18분 데이비드 아브오에게 역습을 허용해 실점했다.

존 오비 미켈의 롱패스를 받은 아브오는 미드필더 오른쪽을 뚫고 질주한 뒤 문전에서 뛰쳐나온 골키퍼 차기석을 제친 뒤 오른발 슛을 때렸고 볼은 몸을 날린 안태은의 방어막을 벗어나 네트에 꽂혔다.

나이지리아의 공세에 계속 시달린 박성화 감독은 이요한을 신형민 대신 투입한뒤 스리백으로 전환해 승부수를 띄웠다.

미드필더 싸움에서 조금씩 주도권을 잡아간 한국은 곧바로 결정적인 골 기회를잡았으나 지독한 불운이 동점골을 막았다.

'마스크맨' 신영록은 전반 42분 문전 혼전 중 벼락같은 왼발 터닝슛을 때렸으나볼은 왼쪽 골포스트에 맞고 나이지리아 골키퍼 암브루세 반젠킨의 등에 맞은 뒤 다시 골포스트를 맞고 나와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김승용의 스루패스를 받은 안태은이 문전을 돌파하다 나이지리아 수비수 오녜카치 아팜의 태클에 걸려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나 이번에도 불운이찾아왔다.

후반 3분 키커로 나선 박주영은 골문 정면으로 강한 오른발 킥을 때렸으나 안타깝게도 오른쪽으로 다이빙한 골키퍼 반젠킨의 다리에 걸렸다.

후반 16분 신영록의 노마크 찬스 슈팅까지 볼이 발에 감기는 바람에 아쉽게 놓친 한국은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후반 막판 '3분의 기적'이 시작됐다.

후반 44분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백지훈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프리킥 찬스를 잡은 한국은 페널티킥을 실축한 박주영이 다시 키커로 나섰다.

왼팔 통증을 참고 집중력을 발휘한 박주영은 예리하게 눈으로 각도를 잡아보더니 두터운 수비벽을 넘겨 골문 왼쪽 구석으로 그림같이 휘어지는 오른발 프리킥을인스텝으로 감아 때렸고 볼은 마술처럼 곡선을 그리며 몸을 날린 골키퍼를 지나 네트에 꽂혀 그물을 세차게 휘감았다.

지면 희망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1-1 무승부도 다행이라며 안도하던 후반 인저리타임 2분.

박주영은 다시 공세에 나섰고 아크 정면에서 수비수들 사이에서 어렵게 날린 회심의 땅볼 슛이 골키퍼 손에 걸린 뒤 왼쪽 골라인 쪽으로 굴절되자 이번에는 백지훈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주영의 팀 동료이자 주장인 백지훈은 페널티지역 왼쪽 사각에서 달려들며 크로스를 올리는 척 하다 강력한 왼발 슛을 꽂아넣았고 골키퍼와 골문 사이에 유일하게 각도가 살아있는 좁은 틈을 비집고 천금같은 역전골이 터졌다.

벼랑 끝에서 추락할 위기에 몰렸던 한국청소년축구가 축구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역전 명승부로 16강 진출의 희망을 되살린 순간이었다.

박성화 감독은 경기 직후 "페널티킥을 실축했을 때도 기회가 또 올 것이라고 믿었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싸운 것이 승리의 비결이다. 브라질은 강적이니 수비 안정을 취하고 역습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A조에서는 개최국 네덜란드가 호주를 3-0으로 완파하고 2연승으로 중국, 스페인에 이어 16강 진출을 확정했고 일본은 베냉과 1-1로 비겨 1무1패로 조 3위에머물렀다.

E조에서는 콜롬비아가 캐나다를 2-0으로 꺾고 2승으로 16강에 올랐고 시리아에1-2로 덜미를 잡힌 이탈리아는 2연패를 당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16일 전적 △2005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F조 조별리그 한국(1승1패) 2-1 나이지리아(1무1패) 브라질(1승1무) 1-0 스위스(1승1패) △A조 네덜란드(2승) 3-0 호주(1무1패) 일본(1무1패) 1-1 베냉(2무) △E조 콜롬비아(2승) 2-0 캐나다(1무1패) 시리아(1승1무) 2-1 이탈리아(2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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