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집값 대책에 업계·수요자 냉소

최근의 집값 불안과 관련, 정부가 내놓은 서울 중심의 집값 안정 대책에 대해 대구지역 주택·부동산업계는 물론이고 수요자들까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가 "서울 집값 잡으려다 지방 경기만 죽인다"며 15일 제시한 아파트 건설원가 분석에 의한 분양가 가이드라인도 현실과는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투기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 및 기준시가 인상책=투기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기준시가 인상으로 세금 부담을 늘려 집값을 잡겠다는 방침은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대다수 국민의 세 부담까지 늘리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아파트 기준시가가 이미 상당폭 현실화한 상태에서 기준시가를 또 인상할 경우 건전한 거래마저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신도시 개발론=지역의 관련업계 및 전문가들은 "신도시 건설로 집값 급등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은 판교 신도시 건설 사례에서 볼 수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는 400조 원에 이르는 시중 부동자금을 건전한 투자자금으로 유도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건설하는 신도시마다 투기자금이 몰려 집값 상승속도와 폭은 더 빠르고 커지며, 그 부작용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풍선효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수도권인구의 지방 분산책을 써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지방정부에 대한 권한 대폭 이양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의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가이드라인 제시=대구시는 15일 집값안정대책회의에서 철저한 건설원가 분석을 통해 분양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또 다른 규제로 작용, 분양승인이 늦어지면서 분양가를 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도 적잖다.

공무원들 가운데 아파트 건설원가를 분석할 만한 전문인력이 부족해 그만큼 시일만 더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 분양에 나서는 민영주택 업자들은 부지매입비가 평당 600만~900만 원대까지로 높아져 있는데 인·허가 기간이 길어지면 금융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는 주장이다.

▲대책=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택지공급량을 대폭 늘려 집을 많이 짓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시는 도시개발공사를 내세워 대단지 공영택지 공급을 이어가야 한다. 대구에서는 공영택지가 바닥나면서 민간업체들이 단독주택지 사업을 벌여 분양가가 오르고, 주변의 기존 아파트가격 상승까지 견인하고 있는 추세다.

또 행정관청이 인·허가를 제때 내줘 주택이 적정가에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 각종 심의와 민원 등을 이유로 관련 인·허가를 늦춤에 따라 시행사와 시공사가 늘어난 금융비용부담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기 때문이다.

또 IMF 이후 일반화한 지주-시행사-시공사 체계의 주택사업 구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행사가 땅을 매입한 뒤 인·허가를 받는 등의 대가로 분양수익의 10~20%를 가져가게 돼 분양가를 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분양가 상승의 주요인인 사업부지 내 알박기나 기존 지주의 터무니없는 보상가 요구 등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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