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대구상공회의소죠? 기업인들이 상공회비 내어 놓으니까 그 돈으로 골프 치고, 술대접합니까? 우리가 그러라고 회비낸 줄 압니까?"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의 이른바 '맥주병 투척 사건' 이후 대구상의에 잇따라 걸려오는 전화 내용이다.
대구 최대 경제단체 상공회의소에 "만취해 난동을 부리는 국회의원 못지 않게, 툭하면 그들과 '술판, 골프판'으로 어울려 왔다"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상의는 일단 이번 사태의 '의미'를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
언론이 이번 사태에 관한 입장을 물으면 '지역정치권과의 갈등은 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이라며 앵무새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구상의 측 참석자들은 "사건 당시 화장실에 갔었다"고 얘기하는 등 '난동 스토리'를 입에 올리지도 않고 있다.
하지만 사태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대구상의에는 내부 동요까지 일고 있다.
노희찬 현 회장이 내년 3월엔 임기를 마감하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가운데 '과연 앞으로 누가 상공회의소 회장이 되려고 하겠느냐'는 얘기들이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대구의 실제적 여당'인 한나라당이 '정치자금 안준다' '대접이 시원찮다' 등의 말을 노골적으로 하는 마당에 누가 이런 부담을 안고 차기 회장이 되려 하겠느냐"라고 털어놨다.
특히 '난동 사건'이 불거진 골프 회동에 대구상의 부회장단 상당수가 불참, 국회의원들의 불만을 샀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차기 상의회장 후보 그룹으로 유력시되는 '부회장단'이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당시 골프 모임에 참석한 부회장은 11명 중 함정웅 부회장, 이희태 상근부회장 등 2명뿐이었다.
대구상의는 또 내년 100주년 행사에다,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달성상공회의소와의 송사 등 여러 가지 중요 사안이 걸려 있는데 이런 사태가 터지면서 '여론의 불신'이 확대, 중대사 처리에 지장을 빚을까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시 술자리에서 곽 의원과 '한판 대결'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노희찬 회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세계상공회의소 대회에 참석기 위해 17일 출국하는데, '잠시 도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의식, 관례적으로 내던 '출국 보도자료'를 내지 않고 떠나는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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