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이태씨 타계…시공갤러리 앞날은?

지난 93년부터 시공갤러리를 운영해온 이이태 디렉터가 지난 4일 타계하면서 갤러리 운영의 향방에 미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가들은 시공갤러리가 대구 현대미술계의 중요한 역할을 해온 만큼 새로운 디렉터가 배턴을 이어받아 계속 운영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재 시공갤러리에서 작품전시 중인 재불 작가 이영배씨는 "국내뿐만 아니라 이우환씨 등 해외작가들도 전화를 걸어와 현대미술 전문화랑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시공갤러리 전시 작가들을 비롯, 미술계 관계자들의 중지를 모으고 있는데,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공갤러리의 앞날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 갤러리를 떠맡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도 없고, 시공갤러리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공갤러리 전희정 큐레이터는 "현재 공간을 갤러리로 이어나갈지, 다른 형태의 대안공간이 될 것인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시공갤러리가 지역의 현대미술 갤러리로 자리잡기까지 이이태씨의 노력과 함께 건물주인 김상우씨의 공로도 숨어 있다. 김씨는 지난 1992년 갤러리를 신축, 이씨에게 100여 평의 갤러리 공간을 10년 이상 무상으로 임대해왔다. 따라서 시공갤러리의 장래는 일차적으로 건물 소유주 김씨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김씨는 "현재로선 가능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해보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이이태 디렉터가 마지막으로 기획했던 권태희 작품전을 끝으로 시공갤러리 운영은 당분간 표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2년 현대미술 전문 화랑으로 출발한 시공갤러리는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구 현대미술의 꽃을 피우고 신인작가 발굴, 국제아트페어 참가 등 지역 현대미술을 선도하는 갤러리로 자리매김해 왔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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