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재청장이 北전쟁영웅 노래하다니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통일대축전에 당국 대표단 일원으로 참가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평양 행보가 매우 실망스럽다. 유 청장은 어젯밤 축전 첫날 만찬장에서 전쟁 영웅을 찬양한 북한 가요를 불렀다.

북한 영화'이름 없는 영웅들'의 주제가로 별다른 정치색은 없다지만, 6'25전쟁 때 남한에 파견된 북한 여간첩의 활약과 미군 등에 첩보원으로 활약한 북한 스파이들이 전쟁 승리에 헌신했다는 내용이어서 이런 행동이 과연 고위 공직자로서 취할 태도인가.

유 청장은 정무직 공무원이다. 북한이 일으킨 동족상잔의 참혹한 6'25전쟁 발발일이 불과 열흘 남짓 남지도 않은 시점에서 유 청장의 행보는 그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 폐지 여부를 놓고 아직도 논란이 뜨거운'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살아 있는 현실에서 고위직 국가 공무원의 이런 행동은 솔직히 걱정스럽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가보안법을"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그 폐기를 놓고"어려운 법이어서 하루아침에 되겠나" 며 한발짝 물러서지 않았나.

지금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 문제와 인권 문제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도"한국민은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해 왜 분노하지 않는가"고 묻기까지 했다. 6자회담은 이달 말이면 1년째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데 평양에서는'민족끼리'를 내세우며'책임 있는 당국 간의 공조'만 내세운다고 국제사회가 쉽사리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물론 북한의 특수한 현실을 도외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나치게'특수한 현실'에 발목 잡히는 태도가 문제다. 대북 자세는 항상 보편적이어야지 그렇지 못할 경우 이번과 같은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가. 아무리 만찬장이 화기애애했더라도 안 될 일이다.

유 청장은 당연히 고개 숙여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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