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선수들은 시합전에 체중을 맞춰야 하기때문에 물도 마음대로 못 마시는 고통이 따릅니다. 하지만 유성이는 이보다 더한 심적 고통을 이겨내고 이번에 전국 챔피언이 된 것이이지요"
구미 현일중 복싱부 김유성(15)군. 유성이는 더 이상 학교에서 불우청소년으로 불리지 않는다. 지난달 청주에서 열린 제34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중학부 플라이급의 왕좌(王坐)에 올랐기 때문. 이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짱'으로 유명세를 탈 정도가 됐다.
유성이는 태어나서 3살때 부모가 헤어지면서 맘고생이 시작됐다. 어머니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됐다. 중1때 아버지도 어떤 사건에 연루돼 영어의 몸이 됐다. 또 그때까지 돌봐준 양모도 결국 유성이 곁을 떠나갔다.
유성이는 가슴속에 깊게 패인 상처를 안고 이 학교 복싱부 허영일(52) 감독을 찾았다. 허 감독은 단박에 "복싱을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며 퇴짜를 놨다고. 유성이에게 헝그리 복서로서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매몰차게 돌려보냈다는 것.
그러나 유성이는 복싱부 문을 계속 두드렸다. 허 감독은 일단 근성은 있다고 판단, 못 이기는 체 받아 들였다. 이참에 유성이의 대부가 되기로 했다. 유성이는 집도 절도 없이 찜질방이나 PC방으로 전전하면서 '동가숙 서가식'하는 처지였다.
이원두 현일중 교장은 버스승차권을, 담임교사인 김경점(45) 선생님은 유성이의 점심을 책임졌다. 유성이는 복싱에 타고난 재능을 보여 복싱부에 입문한지 1년여만인 작년 8월 아마추어복싱연맹 회장기 전국 중고선수권대회에서 1위 등 크고 작은 상을 받으며 자질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국소년체전을 10여일 남긴 지난달 16일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메일로"친구야 미안하다. 이제 못 볼 것 같다. 죽으러 간다. 잘 있어!"라는 내용의 편지가 배달됐다. 유성이가 보낸 것이다.
유성이 친구는 학교에다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학교측과 경찰은 글을 띄운 PC방의 소재를 파악하고 주변 수색에 나섰다. 결국 경찰은 PC방 주변 아파트 18층 옥상에서 유성이를 발견해 다시 학교로 보냈다.
유성이를 구해낸 구미경찰서 수사과 이상권(36) 경장은 "운동선수들이 대회를 앞두고 오는 중압감, 통상 사춘기때 겪는 자신의 정체성 문제 등이 우울증으로 확대돼 유성이를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은 유성이와 결연을 맺고 적극 돕기로 했다. 편선재 수사과장은 휴대전화를 갖고 싶다는 유성이에게 생일날 선물로 주기로 약속했다. 유성이는 경찰관 아저씨들과 허 감독 등 학교 선생님들의 격려속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훌훌 털고 다시 링에 올라 코피를 쏟아냈다. 결과는 자랑스런 금메달이었다.
"다시는 나쁜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도 경찰관이 되는게 꿈입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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