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중순 발표된 한국기업평가의 '소매유통업의 유통영역 확장 경쟁 전망' 보고서가 지역 유통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대구백화점·동아백화점이 유통업계 상위권 업체들의 인수 관심 업체"라는 대목이 있었기 때문. '대구백화점은 롯데백화점의 대구 진출 후 영업기반이 약화돼 피인수설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화성산업이 보유한 동아백화점은 인수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각각 언급했다.
유통업계 상위 업체들의 영토확장 전쟁이 갈수록 불을 뿜는 가운데 대구·동아·롯데 등 지역 백화점들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생존을 위한 핵심 전략은 바로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것. 그동안 매출이 신통찮았거나 지하철 2호선 개통 등으로 고객유치에 유리해진 점포에 모든 힘을 쏟아 전체 매출 증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대백 "본점의 위상을 되찾아라."
대구를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동성로 상권의 중심축이었던 대구백화점 본점의 작년 매출액은 1천900억 원. 경기 침체에다 백화점간 경쟁 과열, 인터넷 쇼핑몰 등의 영향으로 2002년을 정점으로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동성로 상권이 젊은층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 이에 따라 본점의 주 고객이던 중장년층이 동성로에 나오는 것을 꺼리게 됐고, 젊은이들은 본점을 잘 찾지 않아 본점의 '정체성'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대구백화점을 인수하려는 대형 유통업체가 본점 인수에는 난색을 표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나돈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구백화점 본점은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동성로 상권 변화에 맞춰 변신하겠다는 전략이다.
본관·신관을 연결하는 2층부터 9층까지의 연교를 층별로 특색있게 디스플레이하고 이에 걸맞는 벤치를 마련, 젊은이들이 쉴 수 있는 새로운 휴식공간으로 만든다는 것.
여기에 동성로상가번영회와 주변 극장가와의 공동마케팅도 적극 추진할 계획. 본점 정문 앞 광장을 이벤트장으로 꾸며 젊은이들 공간으로 만들고, 주변 극장가와도 손을 잡아 젊은층을 본점으로 끌어오는 데 애쓰기로 했다.
지하철 2호선 개통에 맞춰 역세권 아파트 입주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 강화는 물론 매장 재구성, '애플클럽 라운지' 설치 등 VIP고객유치, 각종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미니 다목적홀 설치 등도 진행하고 있다.
▲동아 "쇼핑점을 부흥시켜라."
얼마 전 이인중 화성산업(주)동아백화점 회장은 도로포장 공사가 마무리되고 있는 동아백화점 쇼핑점 앞을 직접 찾았다.
보도가 울퉁불퉁해 고객들이 쇼핑점을 찾는 데 불편함이 없는지를 일일이 점검하는 이 회장의 모습에서 쇼핑점에 거는 기대를 엿볼 수 있었다.
10년에 걸친 지하철 공사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점포가 바로 쇼핑점. 한 때 대구 최대 점포였던 쇼핑점의 작년 매출은 1천530억 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9월 지하철 2호선이 개통하면 쇼핑점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맞춰 쇼핑점은 점포 전체에 걸쳐 매장 변경과 더불어 고객 유치 및 편의기능 강화 등을 통한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부흥의 '원년'인 올 해 쇼핑점은 변신의 전체 컨셉을 패션과 문화, 라이프 스타일이 어우러지는 고품격 백화점으로 정했다.
우선 수입명품 브랜드 보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20대 후반에서 40대 고객은 물론 젊은층 및 VIP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반월당 지하상가인 메트로센터와의 연계 마케팅을 통해 반월당을 '쇼핑1번지'로 만드는 데 애쓰고 있다.
360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문화센터에 이어 고객들을 위한 휴식공간과 미팅룸, 인터넷방, 카페룸, 대형 게임룸 등도 갖추기로 했다.
외관도 7~8월쯤 새롭게 바꿀 예정.
지하철 2호선이 아직 개통되지 않았지만 쇼핑점의 매출은 메트로센터 개점 및 지하 주차장 오픈 덕분에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롯데 "상인점 매출을 늘려라"
대구백화점으로부터 부지를 사들여 작년 초 문을 연 롯데백화점 상인점. 당초 한 해 2천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했지만 1천500억 원에 머물고 있다.
전국 20여 롯데백화점 점포 가운데 '말석을 다툴' 정도라는 것.
이 때문에 "대형소매점(할인점)이 들어서야 할 자리에 백화점이 들어선 탓" "영화관이라도 입점시켜 매출을 늘려야 하는 데 주변에 학교가 많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롯데가 상인점을 백화점 대신 할인점으로 전환시킬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는 "지금까지 백화점을 할인점으로 바꾼 전례가 없다"며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의 자존심에도 금이 가기 때문에 할인점 전환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롯데는 상인점을 대구 서남부지역을 대표하는 '지역 밀착형 중견백화점'으로 키우려하고 있다.
도심에 집중되던 쇼핑패턴이 상인점 입점과 함께 다소 변하고 있고, 상인점 상권 안에 중대형 신규 아파트들이 속속 입주 또는 분양됨에 따라 2년차인 올해부터는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는 것.
여기에 롯데는 최근 상인점장에 40살의 젊은 점장을 임명, 매출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신임 김세완 점장은 "철저하게 지역친화적인 마케팅을 실시해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백화점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올 하반기에 있을 매장개편 때에는 지역민 선호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고, 백화점 이벤트도 지역에 초점을 맞춰 '아파트부녀회 연계행사' '유치원 학예발표회' '지역청소년음악회' '지역단체 바자행사' 등을 위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기존 아파트는 물론 신규 입주아파트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진행 중이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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