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캄보디아 인질극 종료… 어린이 1명 사망

캄보디아 북부 국제학교에서 16일 벌어진인질극이 경찰과 인질범 간 대치 과정에서 1명의 어린이 사망자를 내고 6시간만에종료됐다.

캄보디아 경찰은 캄보디아 북서부 시엠레압 국제학교(SRIS)에 인질로 억류됐던학생 29명과 교사 1명 가운데 어린이 1명이 숨지고 나머지는 무사히 풀려났다고 밝혔다.

인질범 4명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으나 신원과 인질극 동기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풀려나자 마자 교문 밖에서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부모 품으로 달려가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질들이 석방되기에 앞서 이 학교 내부에서는 여러 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프락 칸토에운 캄보디아 헌병사령부 부사령관은 "상황이 종료됐다. 우리는 4명의 인질범을 체포했다. 인질범들의 총격으로 캐나다 어린이 1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일부 외신은 숨진 어린이가 프랑스 국적이라고 보도하는 등 일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인질범들은 경찰 당국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이 어린이를 살해한 뒤 다른 아이들을 차례로 죽이겠다고 위협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칸토에운 부사령관은 또 "경찰이 학교 건물 인근에서 허공에 몇 차례 위협사격을 가한 뒤 인질범들에게 전화를 걸어 건물 밖으로 나오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인질범들을 붙잡았다"고 말했다.

복면을 한 4명의 인질범은 이날 오전 8시30분에서 9시 사이(한국시간 오전 10시30분-11시)에 학교에 들어와 수십 명의 어린이를 인질로 잡고 총 6정과 수류탄 6발, 미화 1천달러(약 100만원), 태국으로 이동할 미니밴 한 대를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당초 경찰은 인질범이 6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질 어린이들은 2-6세로, 한국과 호주, 영국, 캄보디아, 캐나다, 프랑스, 인도네시아, 일본, 싱가포르, 필리핀, 대만, 태국, 스위스, 미국 등 15개 국적인 것으로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인질범들이 처음에 100명의 학생과 교사를 억류하고 있었으나 이 가운데 일부가 구조되거나 풀려나 6시간 뒤 경찰 진압 직전에는 50-70명이 붙잡혀 있었다고 전했다.

인질극이 발생하자 캄보디아 군은 장갑차 3대를 학교 근처에 배치,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며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학부모와 근처 주민 등 수백명이 몰려들어큰 혼잡을 빚었다.

한편 억류됐던 한국인 어린이 5명도 모두 무사히 풀려났다고 외교통상부 당국자가 전했다.

사고 당시 학교에 있었던 김민종(11) 군은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율동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고 도서실로 대피하라는방송이 나왔다"면서 "처음에는 테러 연습인 줄 알았는데 '진짜'라는 얘기를 듣고는겁이 나서 오줌까지 지렸다"고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군은 또 "한국 학생 30명은 다행히 근처 한국인 가이드 집으로 대피했다"면서 "숨진 학생은 유치원생이었는데 유치원생들은 모두 교실에 있었기 때문에 대피가어려웠고 테러범들이 그 사실을 알고 아이들을 인질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김 군의 어머니 최경숙(42) 씨는 "회사에 있다가 학교 전화를 받고 놀라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알아보니 한국인 한 분이 한국 아이들을 대피시켜주셔서 무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목격한 권태원 아시아나항공 시엠레압 지점장은 "사태가 종료되기직전, 인질로 붙잡힌 일본계 어린이의 부모가 인질들에게 미화로 3만달러를 건네줬다는 소문이 나돌았다"면서 "돈을 건네준 직후 경찰이 진압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전했다.

권 지점장은 이어 "SRIS는 지난 2003년 문을 연 신생학교로 한국학생 20여명 등모두 150여명이 재학 중인 것으로 들었다"면서 "미얀마와 필리핀인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 학교는 단층건물에 10개의 교실이 있으나 냉방시설이 없어 재학생들이 애를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교민 이모씨는 "시엠레압에 거주하는 한국교민은 3 00여명으로 주로 토산품가게, 식당, 여행사 등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이번사태로 혹시 관광객 수가 줄어들까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수도 프놈펜에서 북서쪽으로 225km 떨어진 강변도시 시엠레압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적인 문화유적지 앙코르와트 사원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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