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억속으로-포스코 통근열차

"빠아~앙. 곧 열차가 출발하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탑승해주시기 바랍니다."

국내 최초의 통근전용 열차이자 유일하게 기업이 운영하는 열차인 포항제철소 통근열차가 이번 달을 끝으로 운행을 중단(본지 8일 29면 보도)하고 추억 속의 한 장면으로 남게 돼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1975년 7월1일 개통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통근열차는 단순한 출퇴근 교통수단의 의미를 넘어 우리나라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철강산업의 발전과 함께 해왔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포스코가 당초 통근열차 운행을 계획했던 것은 좋지 않았던 교통상황 때문. 포스코는 직원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1975년 6월 동차 2량을 2억4천만 원에 구입, 철도청에 기부체납하고 7월1일 역사적인 첫 운행을 시작했다. 특이한 점은 일정기간이 지난 후 기부체납하지 않고 기부체납부터 하고 운행을 시작했다는 것. 또 세월이 흐름에 따라 처음 도입한 동차가 낡아 지난 1996년 4월 현재의 신형 동차 4량을 32억 원에 도입, 지금까지 운행해 오고 있다.

개통 당시 요금은 1인당 28원. 같은 구간의 일반요금이 40원이었으나 포스코가 직원 할인을 적용받아 요금이 저렴했다. 요금은 회사측이 일괄적으로 철도청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부담해 왔다.

지금은 요금이 353원이지만 포항역을 출발, 양학승강장~효자역~포항제철소 내 종착역인 제철역까지 총 10.8km를 이용하는 것치곤 대중버스나 택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해 직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국내 여객열차로는 가장 운행구간이 짧은 이 열차는 지금도 새벽 5시57분 교대근무자를 위해 첫 출발, 밤 11시30분까지 하루 10차례 왕복 운행하고 있다. 이 구간은 또 철도공사에서 발행한 열차시각표에도 경부선 등과 같이 '포항제철선'이라고 당당히 표시돼 있다.

역사가 회사 내에 있는 것도 전국에서 유일하다. 대합실도 일반 대합실과 달리 발매창구와 개찰구가 없다. 그냥 시간에 맞춰 승차하기만 하면 된다. 역장도 포스코 직원이 맡고 있다. 철도공사 제복이 아닌 포스코 근무복을 입고 있는 전국 유일의 민간인 역장인 셈이다.

12년째 역장을 맡고 있는 김경중(52) 역장은 "통근열차의 역사는 포항제철소의 성장과 맥을 같이 해왔다"면서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산업역군들을 실어나른 통근열차가 1등 공신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뒷이야기도 많다. 80년대 초반 일본인 한 명이 우리나라 전국의 역을 다돌아보았지만 제철역만 와보지 못해 눈을 감는 순간까지 무척 아쉬워했다는 이야기기는 거의 전설처럼 굳어졌다. 포항제철소가 국가보안시설에 해당돼 외국인의 방문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지난 해까지 프로축구 포항스틸러스 측에서 시민들에게 무료이용토록 해 홈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시민들로 넘쳐나 열차 속에서 축구이야기 꽃을 피우는 등 열기가 대단했다. 회사원 김철영(42)씨는 "열차타고 축구경기 보러가는 날은 소풍가는 분위기처럼 들떴다"고 회상했다.

포항제철소 부서 회식때도 한몫을 했다. 포스코 홍보팀 배창동(50) 차장은 "자가용이 많지 않던 1980년대는 부서회식때 단체로 통근열차를 타고 시내 회식장소로 옮겨 이탈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며 "통근열차가 직원들 단합에도 많은 역할을 했다"고 추억을 더듬었다.

그래도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은 지난 2003년 화물연대 파업 때와 폭설·홍수 때. 화물연대 파업으로 통근버스와 승용차 이용이 어려웠지만 통근열차로 인해 직원들이 정상출근 조업에 차질을 빚지 않았다. 또 홍수와 폭설로 도로가 마비됐지만 통근열차는 쉬지 않고 달려 용광로를 돌릴 수 있게 했다.

김 역장은 "자가용 확산과 통근버스 활용으로 이용객이 감소하면서 결국 사라지게 돼 아쉽다"면서 "통근열차는 포항제철소 직원들과 시민들의 가슴에는 영원히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사진 : 플랫홈으로 들어오고 있는 통근열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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