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7일 북핵 6자회담 복귀 여부와 관련,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 의지가 확고하다면 7월에라도 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평양 대동강 영빈관에서 11시부터 4시간 50분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특사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단독면담에 이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하고 "그러나 이는 미국과 좀 더 협의해 봐야겠다"고 단서를 달았다고 정 장관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지난 10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그 이후 미국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정 장관은 덧붙였다.
6.15 통일대축전에 참가하고 귀국한 정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면담 결과를 공개했다.
6자회담과 관련해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복귀 시기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1년 가까이 표류해온 6자회담 재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또 한반도비핵화 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며 고(故)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강조한 뒤 "북한은 핵무기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다만 미국이 업수이 여겨 자위적 차원에서 맞서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고 정 장관은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핵문제 해결시 NPT(핵무기비확산조약)에 복귀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을 포함한 모든 국제사찰을 수용해 철저하게 검증받을 용의가 있다. 하나도 남길 이유가 없다. 모든 것을 공개해도 좋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북미간 양자 안전보장보다 다자안전보장이 더 낫다'는 정 장관의제안에 대해 "일리가 있다. 앞으로 신중히 검토해보겠다"고 밝혔고, 우리 정부의 '중대제안'에도 "신중히 연구해서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정 장관은 덧붙였다.
이와함께 김 위원장은 부시 대통령 각하라고 부르면서 "나쁘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나의 이런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혀도 좋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이 답방을 언급했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적절한 때가 되면 이뤄질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전했으며, "김 위원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안부를 각별히 전하면서 '좋은 계절에 초청하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날 면담에서 정 장관과 김 위원장은 이 밖에 ▲광복 60주년인 8.15에 즈음해 금강산에서 제1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8.15 서울 민족대회에 비중있는 인사를 단장으로 한 북측 당국대표단 파견 ▲중단된 남북 장성급 회담의 조기 재개와 수산회담 개시 ▲이산가족 화상상봉 추진 등에 합의하고, 김 위원장이 제기한 서울-평양 육로상공 직항로 개통 여부는 앞으로 양측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에 대해 "시원시원하고 결단력 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이었고 즉석에서 해야 할 문제를 직접 결단하고 지시했다"면서 "면담 분위기는 매우 진지했고 솔직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어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께 특별한 안부인사를 전해 줄 것을 거듭거듭 요청했고, 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비롯해 여러가지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는 것을 여러번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정 장관의 김 위원장 면담 결과를 이날 방한 중인 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전달한 것을 비롯,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관련국에 전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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