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시대다. 과거 서울에서만 볼 수 있던 대규모 문화행사들이 각 지방에서 열리고 지방에서 주도적으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추세다. 해외 예술문화를 지방에서 직접 접할 기회도 훨씬 많아졌다. 시민들 또한 우리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가족과 함께 즐기고 체험하려는 욕구도 높다.
그러나 아직도 아쉬운 점이 많다. 미숙한 기획력 탓인지 우리의 원형적인 문화 콘텐츠가 많지 않아 시민들이 수준높은 문화상품을 접할 기회가 사실 부족하다. 제대로 기획한 문화상품이 부족한 것은 원 소스-멀티 유즈를 다양한 산업에 적용시켜 우리 지역의 문화 파이를 더욱 크게 만들어 내는데 걸림돌이다.
물론 우리 전통문화를 상품화시키는데 많은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제대로 만들어 내면 새로운 전통문화가 재창조되면서 보다 현대화된 문화로 발전할 수 있다. 이는 예술가들만의 몫이 아니라 문화예술인, 행정담당자, 지역 재력가들이 협력해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다.
내가 지켜본 바로는 외국의 아티스트들은 자기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3국의 전통문화를 흡수하는 뛰어난 기획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노력 끝에 원형적 문화 콘텐츠들이 사람들에게 소개되고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통을 연구하는 장인정신이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천연염색연구가의 전시회에 갔었다. 장인정신이 그대로 드러난 그 전시회를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작업을 반복해 원하는 색을 만들어낸 장인정신이야말로 전통을 제대로 현대화시키는 작업의 원동력임을 확인했다.
제대로 준비된 이런 작품들은 국제무대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다. 우리가 해외문화를 보고 접하기를 원하듯 그들도 우리의 문화 상품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풍부한 전통 자산을 현대화시키는 마인드와 제대로 된 기획력, 재원을 집중해 사업성을 키우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고려미술문화연구소장 이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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