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제 평양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7월 중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비록 "미국과 좀 더 협의해 봐야겠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이전보다 진전된 입장임은 분명하다. 그동안 회담 복귀 조짐이 간간이 보이긴 했으나 이번처럼 구체적 시점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이 밖에 김 위원장은 "핵 문제 해결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도 받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6자회담을 한 번도 포기하거나 거부한 적이 없다"면서 "한반도 비핵화는 김 주석의 유훈"이라고까지 말했다. 이 정도의 속내라면 북한이 6자회담의 복귀 쪽으로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것 같기도 하지만 문제는 미국과의 협의다. 미국이 좀 더 많은 양보를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는 투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이런 내심을 뚫고 어떻게 한'미 관계를 정립해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킬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할지 궁금하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미스터(Mr.)'로 호칭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각하'라는 호칭으로 응답해 그동안의 상대방 호칭을 놓고 벌인 심각한 감정적 대립을 완화했지만 북한의 말과 행동은 항상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요동쳐 오질 않았는가.
이 밖에 이번 만남에서 김 위원장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장성급회담의 재개 등을 약속해 남북 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남북 문제는 아무리 지원을 해도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이번 만남도 철저히 분석해 과연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빨리 간파하고 깊이 있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만남' 그 자체로 정치적 흥분을 지나치게 포장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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