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하는 엄마 선생님

회사 일에다 가사, 아이들 공부까지…. 일하는 엄마들은 하루하루가 힘겹다.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종종대며 뛰어다니지만 그래도 아이들 교육 문제에 부딪히면 죄스러워지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모자라 내 자녀가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안채연(9)'채리(7) 두 아이의 엄마인 김현주(39'남구 봉덕동)씨는 지난해 큰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면서부터 직접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학원에 보내봤지만 엄마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니 돈만 축낼 뿐 학습의 능률이 전혀 오르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마음을 굳게 먹고 '엄마표 선생님'이 되기로 결심했다. 아이의 성격에서부터 취향까지 모두 꿰고 있는 엄마가 직접 공부를 가르친다면 짧은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몇 배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김씨에게서 일하는 엄마가 '엄마표 선생님'으로 변신하기까지의 과정과 성공 비법을 들어봤다.

▲회식, 과감히 거절하라

회사일을 하다 보면 일 이외의 부분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회사 사람들과의 잦은 회식은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을 위해 뿌리치기 힘든 부분. 하지만 이래저래 회식자리가 잦아지다 보면 그나마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저녁시간까지 고스란히 회사에 뺏겨버리기 일쑤다. 자녀를 위해 과감하게 회식자리를 거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라

일하는 엄마들의 어려움은 교육정보에서 소외된다는 것.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나누는 사소한 교육 이야기에서부터, 학교생활까지 아이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다. 그래서 김씨는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인터넷 서핑을 즐기는 취미를 만들었다. 김씨는 "틈만 나면 이곳저곳의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자녀 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자주 드나들며 온라인을 통해 여러 학부모와 교류하다 보니 학습 자료도 공유하게 돼 교육비까지 절약하고 있다"고 했다.

▲30분이라도 매일 아이와 함께 하라

김씨가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데는 꼬박 8개월이 걸렸다. 일에 지치고, 집에 들어서면 저녁식사 준비에도 바빠 '오늘만 공부를 걸러야지'하는 생각이 드는 날도 많았다. 쉬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엄마와, 마냥 놀고 싶어하는 아이. 이들이 함께 상을 펴고 둘러앉는 습관을 들이는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하지만 하루 30분만이라도 빠뜨리지 말고 투자하자고 이를 악문지 1년 반. 이제는 엄마가 침대에 털썩 누울라치면 채리가 영어 동화책을 들고 달려와 읽어달라고 조르기 시작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게 됐다고 한다.

▲집안 일에 얽매이지 마라

슈퍼우먼이 되겠다고 이를 악무는 것도 한계가 있다. 김씨는 "아이들과 공부를 시작하면서 집안 일에 대한 강박관념은 조금 내려놨다"고 했다. 친정 어머니의 도움도 받고, 반짝반짝 빛나는 집안을 꾸미겠다는 생각도 버렸다. 남편에게 도움도 요청했다. 가사 일을 반으로 나눠 남편의 몫으로 떼어준 것.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공부하는 모습을 장기간 지켜본 채연이 아빠는 "아내에게 고맙다"며 언제부터인지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설거지까지 척척이다.

▲가까운 동지를 만들어라

김씨는 동네 엄마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어 일주일에 두번은 네 가족이 함께 모여 공부를 한다. 아무래도 혼자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같은 처지에 있는 주위 엄마들이 모여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은 네명의 엄마가 돌아가며 수업을 맡기로 한 것. 김씨는 "모임을 만들다 보니 다른 친구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겠다는 의무감도 생겼다"며 "또 다른 집 아이들과 함께 공부를 하다 보니 채리'채연이에게 경쟁심도 생겨나면서 학습 능률도 두 배가 됐다"고 했다.

▲세 번을 참아야 '엄마표 선생님' 성공

보통 엄마들이 직접 아이의 공부를 가르치겠다고 나섰다가도 얼마 못 가 실패하는 원인 중 하나가 아이와의 잦은 싸움 때문이다. 엄마의 기대치가 커서인지 함께 공부를 하다보면 꼭 언성이 높아지게 마련. 그래서 김씨는 마음속으로 '아이를 닦달하지 말자'를 제1원칙으로 정했다.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문제를 틀려도 결코 언성을 높이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김씨는 "아이는 한 번 호되게 혼이 나면 마음속에 상처가 남아 오히려 공부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기 쉽다"며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 김현주씨가 두 딸과 함께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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