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들어서기 이전까지만 해도 대구에 '게임'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대구는 전국 2위의 게임도시로 우뚝 섰다.
◇대구 게임의 '현재'를 만든 사람들
'그랜드 체이스 ', '와일드랠리', '범퍼킹 재퍼', '란온라인', '푸쉬베어', '장미의 전쟁'. '고도리가'. 국내 주요 게임 포털에 서비스하고 있는 대구 온라인 게임들이다.
서울, 수도권을 제외하고 포털에 서비스하는 지방 게임은 10개를 넘지 않는다. 이중 7개가 대구다. 국내 게임 시장의 98%를 장악하고 있는 서울, 수도권 역시 2000여개가 넘는 게임 업체 중 포털 서비스에 성공한 기업은 100개 내외에 그치고 있다.대구의 히트작 뒤에는 오직 '게임' 하나에 젊음을 바친 CEO들이 있다.
#1 '란온라인'의 김병민(37·민커뮤니케이션) 사장은 대구 게임 1세대다. 1999년 상용화에 성공한 대구 최초의 패키지 게임, '세가지 보석'을 제작했다. 김 사장은 대구 게임 업계에서 첫번째 좌절을 맛 본 CEO이기도 하다. 그의 사무실에는 2001년 개발한 국내 최초의 3D 전략 시뮬레이션 PC게임, '비너시안' CD들이 아직도 천장 가득 쌓여 있었다. 당시로는 보기 드문 10억원 이상의 대자본을 투자했지만 출시 7일만에 모든 CD를 회수했다. 불법 복제가 판치면서 PC게임의 수명이 다 하고, 국내 게임시장의 대세가 온라인게임으로 급선회했기 때문.
그는 "다시는 실패하지 않기 위한 교훈으로 보관하는 것"이라며 "'대구에서 전세계로 수출하는 대작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 이종원(41·(주)KOG) 사장은 2003년 대구 온라인 게임의 첫번째 대작인 '그랜드체이스'의 탄생을 이끈 주인공이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컴퓨터그래픽스를 전공했다. 이 사장의 게임업체 대구 창업은 유학시절 미국 친구들에게서 본 받았다. 컴퓨터그래픽스라는 촉망받는 학문에 뛰어든 이들이 대기업이 아니라 지방의 조그만 게임·애니메이션 업체로 진출하면서 그의 도전 정신을 자극한 것. 미국 친구들이 대거 진출한 픽사 (Pixar)사는 10년전만 해도 영세업체에 불과했지만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대박 애니메션으로 비즈니스위크 최신호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는 100대 중소기업' 중 32위에 올랐다. 이 사장은 "선진국 사례가 증명하듯 서울에서만 세계적 게임 업체가 탄생하란 법은 없다"고 했다.
#3 90년대 초 삼국지, 나폴레옹 전쟁 등 해외 PC게임에 열광했던 류지수(30·류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지난 1일 자신이 직접 제작한 국산 온라인게임을 해외로 수출하는 CEO가 됐다. 지난해부터 포털 서비스를 시작한 '푸쉬베어'를 계약금 10만 달러에 2년간 매출액 25%를 받는 조건으로 대만의 유력 게임포털회사에 수출했다. 류 사장은 "수천개가 넘는 국내 온라인게임 중에서 해외 수출에 성공한 게임은 극소수"라고 했다.
#4 삼성그룹에 근무하다 지난 2002년 CEO로 변신한 이병철(41·씨엘 게임즈) 사장은 대구 모바일 게임 창업 1세대. 이 사장은 대구 최초의 모바일게임, '끼워끼워' 제작 이후 마징가Z, 카우보이비밥, 건담, 스노보드, 핑크팬더 등 20여종이 넘는 모바일게임을 국내 이동통신사에 공급하고 있다. 대표작 스노보드를 세계적인 이동통신사들에 수출해 미국, 유럽, 동남아 등지에 서비스하고 있다. 대구의 모바일 게임업체는 현재 10여개로 늘었다.
◇미래를 여는 사람들
"태초에 7개의 마법 구슬이 있었다. 불, 대지, 숲, 번개, 물, 바람, 눈 7개의 구슬을 모두 모으면 어떤 소원이라도 이룰 수 있다. 용이 되고 싶어한 뱀들은 구슬에 관한 얘기를 전해 듣고 구슬 쟁탈전에 뛰어든다. 하지만 용이 될 수 있는 뱀은 단 한마리. 구슬을 차지하기 위한 7마리 뱀들은 생사를 건 결투를 앞두고 있는데…."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교육인적자원부 주최의 '교육인적자원 혁신 박람회'에 참가한 경북대 게임 개발 동아리 '레볼루션'은 '얌미르'(뱀을 뜻하는 '얌'과 용을 뜻하는 '미르'의 합성어)라는 온라인 게임을 선보였다. 앙증맞고 귀여운 뱀들이 7개의 마법구슬을 이용해 펼치는 공격 기술이 참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얌미르의 제작과정엔 2년이라는 긴 시간이 고스란이 녹아 있다. 스토리 구성 및 기획, 프로그래밍, 그래픽, 사운드로 나눠 1년을 꼬박 투자한 끝에 개임 개발에 성공했고, 기술적 결함을 극복하는데 다시 1년을 보냈다.
'레볼루션'의 게임 개발 능력은 이미 수준급이다. 지난 2001년 한국 아마추어 게임제작 공모전에서 '뽕2002'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대구의 경우 온라인, 모바일 게임 개발 전문학과가 속속 등장하면서 국내 아마추어 게임개발 대회 입상 동아리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 미래대 게임창작과엔 게임개발 동아리만 2개가 활동하고 있고, 한국게임문화산업연구소 주최 게임창작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과 금상을 휩쓰는 등 지난 한 해에만 10여차례가 넘는 입상작을 발표하며 지난해 미래 대학의 창업 동아리로 선정됐다.
기획탐사팀=이종규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사진 : 시장에서 대구 게임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는 (주)KOG의 직원들.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