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윗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직장 상사에서 넓게는 최고지도자까지가 모두 윗사람이다. 그러므로 윗사람이 어떤 유형인가는 크게 신경 쓰일 뿐 아니라 극단적으로는 '길'이 달라지고, 운명까지도 걱정스러울 수 있다. 물론 윗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아랫사람들도 잘 만나야 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윗사람 잘 만나기를 기대하고 소망하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걸까.
오래 전에 회자된 '네 유형의 윗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새삼 떠오른다. '머리 좋고 부지런한 사람' '머리 좋고 게으른 사람' '머리가 좋지 않고 게으른 사람' '머리가 좋지 않은데 부지런한 사람'이 바로 그 유형들이다. 첫 번째 유형은 '똑부', 두 번째는 '똑게', 그 다음이 '멍게', 마지막 부류는 '멍부'라고 부른다는데, 최악의 경우가 '멍부'라는 블랙유머다.
'멍부'가 가장 골치 아픈 이유는 머리도 좋지 않으면서 부지런해 의욕만 앞선 나머지 좋은 성과를 거두기보다 조직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크다. 한발 더 나아가서는 엉뚱한 일을 다반사로 저질러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생 또한 이만저만이 아닐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나쁜 인물이 '멍부'보다는 덜 괴롭히는 '멍게'라 한다.
상대적으로 가장 훌륭한 경우는 분명 '똑부'다. 그러나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다. '똑부'는 따라가기 버거우며 사실 잘 안 되는 일이 적지 않으므로 그보다는 유능하면서도 적당히 틈새를 보이는 '똑게'가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윗사람을 만나 좋아하거나 미워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윗사람과는 싫든 좋든 함께갈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윗사람론'이 부정적인 빛깔을 띨 경우 단순한 블랙유머 차원을 넘어서서 절실하게 호소하고 싶은 '아픔과 고통, 비판과 비난론'에 연계될 가능성이 커져 버리게 된다. 특히 '멍부'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곳이 직장이든 사회나 국가든 어둡고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출처가 어딘지는 모르나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80가지'에 대한 얘기도 거의 같은 맥락의 비아냥을 거느린다. 몇 가지만 들어보자. 프로는 불을 피우고, 자신이 한 일에 책임지며,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가 하면, 자신의 일에 목숨을 걸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며, '너도 살고 나도 살자'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불을 쬐고,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회피하려 급급하며,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안 건너는가 하면, 자신의 일에 변명을 걸고, 자기 이야기만 하며, '너 죽고 나 죽자'다.
논리의 비약일는지 모르겠으나 '아마추어 정부' 논란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마추어 참여 정부'론이 여러 차례 대두되자, 얼마 전 한 정부 측 인사가 '아마추어가 희망'이라고 맞서 또 다른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아마추어일수록 구태와 시류에 덜 물들었으니 희망'이라는 얘기지만 아무래도 어불성설이다.
사실 요즘 정부가 추진하는 '제대로 된 일'을 보기 어렵고, 국정 전반에 걸친 '경고음'도 나날이 증폭되는 형국이다. 경제는 계속 곤두박질인데 무슨 대책이든 내놓기만 하면 효과보다 혼란만 부를 따름이다. 행담도와 서남해안 개발 사업, 공기업 지방 이전 문제, 부동산'교육'연금 문제 할 것 없이 거의 예외가 안 보일 지경이다.
더구나 대통령자문위원회와 측근들의 월권과 편법 문제를 두고는 국민의 실망이 극에 이르렀으며,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과 부동산 대책들도 편법만 거듭해 부른 결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시스템에 의한 국정 운영'을 표방해 온 대통령이 스스로 각 부처 조직을 제치고 아마추어(비전문 인사)들에게 주요 국책사업들을 암암리에 맡긴 건 프로정신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잘못되거나 고장 난 시스템, 편법과 코드만 맞추기를 지양하는 게 옳다. 변명만 하고 남의 소리를 안 들으려 한다면 '너 죽고 나 죽자'를 면하기 어려워진다. 정부가 머리 좋은 사람들의 집단이라면 적어도 '아마추어'나 '멍부'나 '멍게' 윗사람들이라는 소리는 안 들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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